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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뱀이 뼈를 먹어도 괜찮은 이유, 장 속 이 세포 덕분?
<KISTI의 과학향기> 제3173호 2025년 08월 11일사자, 호랑이, 곰…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포식자들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이용해 사냥감을 먹어 치운다. 그런데 포식자들도 먹지 않는 부위가 있다. 바로 ‘뼈’다. 뼈는 칼슘, 콜라겐 등이 포함돼 있지만, 지방, 단백질 등 에너지원이 되는 영양분은 거의 없다. 게다가 단단하여 소화하기 어렵고, 잘못 삼켰다간 식도나 위, 장기를 다칠 가능성도 높다. 즉 뼈는 먹는 데 드는 노력과 위험에 비해 얻는 것이 적은 부위다. 이에 대다수 포식자는 구태여 뼈를 먹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 규칙에서 예외인 포식자도 있다. 바로 ‘뱀’이다.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는 이유는?
뱀은 크기에 따라 다양한 동물을 사냥한다. 작은 물고기나 곤충부터, 개구리, 새, 알까지 무척 다양하다. 또 크기가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뱀은 사슴, 악어 심지어 사람까지도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재밌는 점은 뱀은 다른 포식자들과 달리 이 먹잇감들을 통째로 삼키는 습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뱀은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는 것일까? 그저 사냥감을 씹어 삼킬 이빨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함이었다.
뼈에는 칼슘, 인 등 무기질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칼슘은 혈관의 수축과 이완, 심장박동 등 생명현상 유지에 관여하며, 신진대사를 높인다. 암컷의 경우 알을 산란하므로 칼슘을 더더욱 필요로 한다.
하지만 칼슘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적게 섭취하면 체내 칼슘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뱀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극복할까? 프랑스 몽펠리에대대학교 및 미국 앨리배마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버마비단뱀(Python bivittatus)의 장기를 분석해 그 비밀을 추적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게재됐다.
뱀은 어떻게 칼슘 섭취량을 조절할까?
연구팀은 뱀이 먹잇감을 섭취할 때 칼슘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하고자 광학·전자 현미경으로 버마비단뱀의 장 세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 버마비단뱀의 장에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장 세포를 관찰했다. 이 장 세포는 다른 장 세포보다 가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미세융모가 짧았다. 또 위쪽이 움푹 들어간 형태를 띠었는데, 그 안에는 칼슘과 인, 철로 된 입자가 축적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 장 세포의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평범한 설치류, 뼈를 제거한 설치류, 뼈를 제거하되 칼슘을 보충한 먹이 등 세 가지 먹이를 제공했다. 그 결과, 뼈를 제거한 설치류를 섭취한 뱀의 경우 별다른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뼈나 칼슘 보충제가 들어간 먹이를 먹은 뱀의 장 세포에선 칼슘, 인, 철 입자가 관찰됐다. 기존 장 세포들은 영양소를 흡수를 담당했다면, 이 세포는 칼슘을 저장하는 동시에 과잉 흡수를 조절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뱀이 뼈까지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이 단순한 소화력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버마비단뱀뿐만 아니라 비단뱀, 보아뱀, 아나콘다, 독도마뱀 등 다양한 종에서 비슷한 세포가 발견된 만큼, 뼈를 먹는 다른 생물들도 비슷한 기전이 존재하는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글 : 남예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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