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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for Kids] 수백 번 뱀에게 물린 덕에 해독제 개발?
<KISTI의 과학향기> 제3159호 2025년 06월 09일산이나 숲에서 ‘뱀 조심!’이라는 경고 표지판을 본 적 있나요? 독이 있는 뱀이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인데요.
그런데 미국에 사는 팀 프리드라는 아저씨는 이런 뱀에 무려 200번 넘게 물렸대요. 그것도 일부러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프리드 씨의 놀라운 이야기를 함께 들어봐요.
200번이나 뱀에 물린 사람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트럭 정비사로 일하는 프리드 씨는 특별한 생체 실험(?)을 해왔어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코브라, 블랙맘바 같은 치명적인 16종의 독사에게 200번 넘게 직접 물린 건데요. 뱀독을 몸에 주사한 횟수도 650번이 넘는다고 해요.
듣기만 해도 정말 위험해 보이죠? 실제로 처음엔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어요. 코브라 두 마리에게 물린 뒤 6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거예요. 죽다 살아난 프리드 씨는 그 이후로 독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물리는 시간도 조절하면서 체계적으로 실험을 이어갔어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한 건, 뱀독에 대한 면역을 얻고 싶어서였대요. 우리 몸은 독이나 바이러스, 세균 같은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면 이를 물리치기 위해 ‘항체’라는 무기를 만들어요. 한 번 항체가 생기면, 다음에 같은 물질이 들어와도 빠르게 싸워서 이길 수 있거든요. 우리가 백신을 맞는 것도 같은 원리예요. 독감이나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에 대비해 몸이 미리 항체를 만들게 하는 거예요. 프리드 씨는 백신처럼 몸에 소량의 뱀독을 넣어서 스스로 항체를 만들려고 한 거예요.
그러다 그는 뱀독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10만 명이 600종 이상의 독사에 물려서 숨지고, 30만 명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고 해요. 프리드 씨는 이 실험이 누군가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어요.
당신의 피가 필요해요!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센터백스에서 뱀 해독제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프리드 씨의 사연을 알게 됐어요. 연구팀은 곧장 프리드 씨에게 연락해 “당신의 피를 얻고 싶다”고 말했고, 프리드 씨는 흔쾌히 허락했어요.
그의 혈액엔 여러 종류의 뱀독에 동시에 효과가 있는 항체들이 있었어요. 연구팀은 이 항체들을 골라내서 해독제를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실험용 생쥐에게 시험해 봤죠. 그 결과, 코브라과 독사 19종 중 13종에는 100% 효과, 나머지 6종에는 부분적인 해독 효과가 있었어요.
사진 3. 프리드 씨의 혈액으로 해독제를 개발한 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그림. ⓒGlanville et al. / Cell
지금까지는 뱀마다 독의 종류가 달라서 종마다 다른 해독제를 써야 했어요. 그런데 프리드 씨 덕분에, 하나의 해독제만으로 여러 독사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또 그동안은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말이나 양의 몸에 뱀독을 주사하고, 거기서 생긴 항체를 뽑아서 썼어요. 사람에게 독을 넣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의 항체가 아니다 보니, 쇼크 같은 부작용 위험이 컸어요. 프리드 씨 덕분에 사람의 면역 반응에서 직접 얻은 항체를 이용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해독제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죠.
물론 이 해독제를 사람에게 쓰려면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해요. 연구팀은 10~15년 안에 실제로 쓸 수 있는 해독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답니다. 프리드 씨도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어요. 누군가의 용기와 끈질긴 실험 덕분에, 과학은 오늘도 한 뼘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5학년 2학기 과학 - 생물과 환경
6학년 2학기 과학 -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5학년 2학기 과학 - 생물과 환경
6학년 2학기 과학 -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감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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