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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폭싹 속았수다’ 속 제주 해녀, 유전자부터 달랐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158호 2025년 06월 09일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속 제주 해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강렬하다. 까칠한 말투와 억척스러운 성격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건 바다에 첨벙 뛰어들어 거침없이 물질(잠수 채취)을 해내는 그녀들의 모습이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몇 분씩 바다 밑을 누비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오는 건지 궁금해진다. 임신한 상태에서도 혹은 한겨울에도 맨몸으로 바다를 누비는 이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맞는 걸까? 국내외 공동 연구팀이 그들의 비밀을 파헤쳤다.
심박수부터 남다른 해녀들
서울대학교와 제주대학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 해녀가 단지 오랫동안 훈련한 숙련자가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바다 생활에 적응한 집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녀는 하루 평균 4~5시간을 바다에서 보낸다. 수심 10m 이내의 얕은 바다를 수백 번 오르내리며 매번 30초에서 1분 가까이 숨을 참고 전복, 소라, 해삼 등을 채취한다. 놀라운 사실은 과거 활동한 해녀 중에는 임신 상태에서 바다에 들어간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출산 하루 전까지 물질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잠수 중에는 체내의 산소가 부족해지므로 혈압이 상승한다. 잠수 중 혈압 상승은 임산부에게 ‘임신중독증’으로 불리는 자간전증(Pre-eclampsia)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임신 20주 이후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과 조산 위험을 높인다. 그렇다면 해녀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물질에 나섰던 것일까?
연구팀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제주 해녀 30명, 제주 일반 여성(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해녀는 아닌 여성) 30명, 서울 여성 31명을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바닷물과 비슷한 16~17℃의 찬물에 얼굴을 담근 후 30~60초간 숨을 참았다가 다시 얼굴을 꺼냈다. 이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심박수와 혈압을 측정해 이른바 ‘잠수 반응’의 강도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차이는 뚜렷했다. 제주 해녀는 잠수하는 동안 심박수가 평균 18.8bpm 감소했으나, 제주 일반 여성은 평균 12.6bpm, 서울 여성은 약 9.6bpm 내외로 감소했다. 즉 해녀는 잠수 중 일반 여성보다 약 6~9bpm 더 심박수를 줄일 수 있던 것이다. 이처럼 심박수가 느려진다는 것은 몸이 산소를 아끼기 위해 자동으로 산소 소비량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다. 눈여겨볼 점은 제주 해녀들은 숨을 짧게 참았음에도 잠수 반응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단 점인데, 이는 해녀들의 몸이 짧은 시간 내에 강력한 생리 반응을 유도했단 의미다. 이를 통해 해녀들의 심박수 변화는 단순한 훈련 효과를 넘어, 생리적으로 잠수 환경에 최적화됐을 가능성을 염두해 볼 수 있다.
제주 사람들에겐 ‘해녀 유전자’가 있다?
다만 생리적 반응 차이만으로는 해녀의 능력을 완전히 설명할 순 없다. 이에 연구팀은 세 집단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해녀들의 놀라운 능력의 비결이 ‘유전자 변이’에 있음을 밝혀냈다. 서울 여성의 경우 이완기 동안 혈압이 낮아지는 유전자 변이가 약 7% 빈도로 나타났지만, 제주 해녀와 제주 일반 여성 집단의 경우 관련 변이 빈도가 무려 33%에 달했다. 실제로 이 유전자를 지닌 여성은 잠수 중 이완기 혈압이 평균 10mmHg 낮았다. 따라서 제주 해녀들은 이 유전자 변이를 통해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해 생존에 이점을 얻는 셈이다.
Haenyeo : all-female Korean breath-hold divers
- diving through pregnancy
- population structure
- selection scan
- adaptive phenotypes
재밌는 점은 제주 해녀와 제주 일반 여성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거의 없다는 부분이다. 즉 유전자 변이는 해녀 여부와 상관없이 제주 지역 인구 자체에 뿌리내린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해녀가 제주 여성 중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게 아니라 제주 여성 대부분이 해녀의 후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해녀는 단지 직업이 아니라 제주의 자연과 생존이 만들어 낸 집단적 적응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난 제주해녀! 유전자부터 달라~! / KISTI의 과학향기
글 : 김우현 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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