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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체중을 줄이고 싶다고? 이 아미노산 하나 빼 봐!
<KISTI의 과학향기> 제3160호 2025년 06월 16일호모 사피엔스 조상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먹을까’였다. 생존하고 번식하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 에너지를 많이 저장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달콤한 과일, 기름진 고기에 강하게 끌리고 한입 먹으면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그러나 이런 본능은 현대 사회에서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 값싸고 맛있는 데다 열량까지 높은 초가공식품과, 언제 어디서나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 시장의 등장으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 1. 맛있고 열량 높은 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과식이 문제 되고 있다. ⓒshutterstock
이 때문에 다이어트 시장은 언제나 활황이다. 위고비처럼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 치료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귀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저당 식품, 단백질 음료 등 각종 다이어트 식품과 헬스, 필라테스 같은 피트니스 업계도 불황을 모른다. 다이어트 관련 과학 연구도 쏟아지고 있다. 어찌 됐든 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대 시대에 다이어트의 기본은 먹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탄수화물 제한’, ‘지방 제한’, ‘간헐적 단식’ 같은 말들에 우리는 익숙하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단 하나의 아미노산만 빼면, 체중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렇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 의대 연구팀은 생쥐에게 ‘시스테인’이라는 단 하나의 아미노산만 제거한 식단을 제공했을 때 일주일 만에 생쥐의 체중이 최대 30%까지 감소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체내에서 시스테인을 합성할 수 없는 생쥐에게 시스테인이 없는 특수 사료를 먹였다. 시스테인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비필수 아미노산으로 황(S)을 포함한 구조를 지녔으며,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고 대사 및 해독 작용과 관련이 있다. 주로 육류, 생선, 유제품에 많이 함유돼 있다.
왜 시스테인 결핍이 체중 감소를 초래할까? 이 현상에는 두 가지 중요한 생리학적 반응이 얽혀 있다. 첫 번째는 통합 스트레스 반응(Integrated Stress Response, ISR)의 활성화이고, 두 번째는 산화 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두 반응은 서로 증폭 작용을 일으켜 GDF15, FGF21 같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분비를 부추긴다. 이에 생쥐는 음식 섭취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체중이 감소한 것이다.
또한 시스테인 결핍은 세포 내 글루타치온(GSH)과 코엔자임A(CoA) 수준을 낮추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두 물질은 항산화와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이다. CoA가 고갈되자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상적인 TCA 회로가 작동하지 못하면서 피루브산, 오로트산, 시트르산, α-케토글루타르산 등 여러 대사 중간 산물이 체내에 축적되거나 소변으로 배출되었다.
다시 말해 체내 에너지원이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가는 '대사 누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생쥐의 몸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몸속에 저장된 지방을 끌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이것이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게다가 간과 지방 조직 무도에서 지방 생성을 유도한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었다.
비만 치료의 새 지평을 열 수도
그런데 시스테인을 다시 식단에 추가하자 체중은 다시 회복되었다. 이는 시스테인 결핍으로 인한 체중 감소가 단순히 기아 상태를 유도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대사 변화에 기인한 것임을 나타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사람에게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스테인 제한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비만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
시스테인은 글루타치온 생성, 간 해독, 면역 기능 유지, 세포 대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다양한 단백질 식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섭취하기도 쉽다. 따라서 생쥐 실험을 따라 무작정 제한할 경우, 영양 불균형이나 대사 이상, 면역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테인 대사를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거나 유전적 경로(GDF15, FGF21 등)를 약물로 조작하는 방식은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치료에서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글 :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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