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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온난화가 흔든 '하늘의 띠'… 유럽 태우고, 한국 덮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54호 2026년 07월 20일지구 상공에는 대륙을 가로질러 부는 거대한 바람의 띠가 있다. '제트기류(Jet Stream)'라 불리는 이 바람은 북반구를 한 바퀴 감아 돌며, 빠른 속도로 지구의 열에너지를 실어 나른다. 서에서 동으로 흐르며 남는 열을 분산시켜 지구 전체의 열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올여름, 이 바람이 축 늘어졌다. 그 여파로 지구 곳곳의 여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6월 23일을 1947년 관측 이래 전국적으로 가장 더운 날로 기록했다. 이날 남서부에서는 기온이 44.3℃까지 치솟았다. 특히 파리의 주요 관광 명소는 문을 닫았고, 강물이 뜨거워지자 원자력발전소는 잇따라 출력을 낮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6월 21일 이후 유럽의 폭염 사망자는 1,300명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기상청 역시 미국 중동부가 열돔에 갇혀 1억 8천만 명이 '심각·극한' 폭염 위험에 놓였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연이어진 것일까류
대륙을 덮은 뜨거운 뚜껑, 열돔
열돔은 원래 제트기류를 타고 흘러가야 할 고기압이 한자리에 눌러앉으면서 생기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유럽인 상당수가 지금껏 에어컨 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것도, 제트기류 덕에 열 순환이 빠르게 일어난 덕분이었다. 이런 제트기류의 힘은 '온도 차이'에서 나온다. 차가운 북극과 따뜻한 중위도의 공기가 세게 맞부딪힐수록, 그 경계를 따라 바람이 빠르고 팽팽하게 흐른다. 문제는 온난화로 북극이 빠르게 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가 줄자, 팽팽하던 바람은 느슨해진 고무줄처럼 축 늘어져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느려진 상층 바람은 고기압을 빠르게 밀어내지 못하고, 열돔 같은 정체가 더 자주 생긴다.
특히 이번 유럽의 열돔은 '오메가 블록'이라는 고약한 형태였다. 상공의 제트기류가 그리스 문자 오메가(Ω)처럼 크게 부풀어 휘면서, 그 안쪽에 뜨거운 고기압을 가둬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열돔보다 더 긴 폭염이 이어졌다. 여기에 사하라 사막의 뜨겁고 마른 공기까지 북상하면서 서유럽은 초여름부터 펄펄 끓었다.
아르헨티나 덮친 한파, 열돔과 원인은 같다?
한편 지구 남반구의 아르헨티나에는 7월 초 남극발 한파가 밀어닥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올해 가장 추운 날을 맞고 대서양 연안 도시에 눈이 내렸다. 불타는 유럽과 얼어붙는 아르헨티나. 계절이 반대인 두 반구에서 극단적 이상기온이 동시에 나타난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여름처럼 그 진폭이 유난히 컸던 적은 드물다. 이 역시 제트기류와 관련이 있다.
북반구의 제트기류가 북극을 감싸고 돈다면, 남반구에는 남극을 감싸고 도는 또 다른 제트기류가 있다. 겨울을 맞은 이 바람이 크게 흔들리면서, 그 골을 따라 남극의 찬 공기가 평소보다 훨씬 북쪽까지 흘러내려 아르헨티나를 덮쳤다. 세계기상기구(WHO)는 남극에서 뻗어 나온 '극고기압'을 직접적 원인으로 꼽았다. 찬 공기 덩어리가 뚜껑처럼 자리 잡아 맑고 추운 날씨를 몰고 왔단 것이다. 원인은 각기 달라도, 두 반구의 상층 바람이 평소와 달리 크게 요동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온난화로 지구의 열 균형이 뒤틀리면서, 이런 변화가 나날이 빨라진다는 점이다. ESSD(Earth System Science Data)에 게재된 <지구 기후변화 지표 2025> 보고서를 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사람의 활동이 끌어올린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4℃, 2025년 한 해만 보면 1.37℃나 높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바다 폭염'이 나타난 날은 1991년보다 세 배 넘게 늘어, 2025년엔 한 해에만 65일을 기록했다. 이렇게 땅도, 하늘도, 바다도 점차 뜨거워지면서 폭염과 홍수, 한파 같은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한반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다행히 한국의 6월은 유럽 같은 무시무시한 더위는 피했다. 그렇다고 시원했던 것도 아니다. 6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8℃ 높아, 기상청 관측 이래 일곱 번째로 더운 6월이었다. 유럽에 강한 열돔이 버티는 동안, 동아시아 상공에는 크게 늘어진 상층 바람을 따라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 덕에 40℃를 넘나드는 폭염은 비껴갔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7월 중순 들어, 이미 우리 머리 위에도 뜨거운 열돔이 만들어졌다. 낮은 하늘엔 축축하고 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높은 하늘엔 뜨겁고 마른 티베트 고기압이 겹치는 '이중 고기압'이다. 두 고기압이 솜이불처럼 한반도를 두 겹으로 덮으면서, 낮에 쌓인 열기가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 열돔에 갇히면서 전국에 폭염특보가 잇따랐다. 지난 7월 12일에는 경북 포항과 경산에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다. 2008년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유럽을 달군 것과 닮은 열돔이, 이번엔 우리 위에 얹힌 셈이다. 기상청은 잠시 비가 내려 더위가 주춤하더라도, 이번 여름 내내 평년보다 더운 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불볕더위, 아르헨티나의 한파, 그리고 이제 막 달아오른 한반도. 무대는 제각각이지만, 그 뒤엔 온난화가 흔들어 놓은 하늘의 바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지금도 점점 더 크게 출렁이고 있다. 올여름의 유별난 날씨는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점점 더 흔해질 이상기온의 예고편인지도 모른다.
[용어 풀이]
1) 고기압 :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은
2) 산업화 : 농업 중심의 사회가 분업과 기술 혁신을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 사회로 변화한 현상
[참고자료]
▶ 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2025: annual update of key indicators of the state of the climate system and human influence
글 :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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