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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잘 던지고, 잘 받기! 우주의 투수, 빛의 속도로 던지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29호 2026년 01월 26일“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투수의 변화무쌍한 투구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이군요! 이걸로 쓰리 아웃 체인지. 자, 이제 공수 교대합니다!”
KBO에서 작년 한 해 동안 펼쳐진 수많은 스트라이크 쇼. 필자는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3개월이나 흐른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이 아니고서야, 새로운 정규 시즌이 시작되는 그날(3월 28일)을 눈앞에 당장 가져다 놓을 수 없으니, 아쉬운 대로 작년의 짜릿했던 기억을 곱씹으며 지낼 수밖에. 기억해야 하는 수밖에… 답답할 노릇이다. 어휴.
‘잘 던지고, 잘 받는다’는 게 사실 말이 쉽지, 흔히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던지는 쪽과 받아내는 쪽의 마음과 사인이 서로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하물며 양편의 기술력이 담보되어야만 가능하지 않던가. 이는 이미 숱한 경험으로 다져진 본지의 독자들 앞에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며, 말해봐야 입 아프다.
레이저 강속구, 위성에 꽂히다
지난 2025년 11월, 스타캐처는 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무려 1.1kW(킬로와트)의 전력을 레이저 빔에 실어 무선으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몇 달 전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세웠던 800W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 신기록이었다. 야구로 치자면, 이전까지 아무도 던지지 못했던 꿈의 구속을 마침내 던져낸 투수가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의 증가만이 아니었다. 스타캐처가 달성한 성과의 진정한 의미는 기술의 ‘실용성’에 있었다. DARPA가 레이저를 공중의 거울에 반사해 목표 지점에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면, 스타캐처는 레이저를 위성의 태양광 패널에 직접 조준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 위성의 태양광 패널을 전혀 개조할 필요 없이, 그저 더 강력한 빛을 비춰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치 어떤 공이 날아오든 척척 받아내는 베테랑 포수의 미트처럼, 상용 태양광 패널들이 알아서 2배에서 10배나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낸다.
이 차이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우주 산업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우주에 떠 있는 수천 개의 위성들이 모두 다른 규격의 태양광 패널을 갖고 있다. 어떤 위성은 고급 삼중 접합 태양광 패널을 쓰고, 어떤 위성은 단순한 단일 접합 패널을 쓴다. 만약 새로운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특정 규격의 패널에만 작동한다면, 그 기술은 우주 산업 전체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하지만 스타캐처의 기술은 다르다. 어떤 규격의 태양광 패널이든 상관없이 작동한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우주 전력 송전, 반세기 도전의 역사
사실 우주에서 태양 에너지를 모아 지구로 보낸다는 아이디어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1941년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그의 단편 소설 ‘리즌(Reason)’에서 처음 이 개념을 선보였 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는 우주정거장의 인간들과 로봇이 태양광을 모으고 이를 지구로 송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순수한 상상일 뿐이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1968년, 피터 글레이저라는 항공우주공학자가 학술지 ‘사이언스’에 기술적 근거를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지구 궤도상 약 36,000km 높이에 거대한 태양광 발전 인공위성을 띄우고,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로 보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제 이 아이디어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과학'의 영역에 들어섰다.
헌데 해당 연구가 발표된 지 어느덧 수십 년이 흘렀다. 그동안 왜 이 기술이 현실화되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 한계였다.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파를 사용하는 방식은 에너지 손실이 크고, 정확하게 목표 지점에 전력을 전송하기도 어려웠다. 마치 폭우 속에서 정확하게 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려는 투수의 심정과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팀이 550km 상공에 ‘우주 태양광 전력 시연기’를 띄워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주에서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로 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신호를 보내는 '원리 검증' 수준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그리고 2025년,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5월에는 DARPA가 800W의 전력을 8.6km 거리에서 30초간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기록인 230W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타캐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과 6개월 후, 1.1kW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마치 매 경기 최고 구속을 갱신하는 투수처럼 말이다.
스타캐처가 이 기술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꿈꾸는 것은 ‘우주 전력망(Space Power Grid)’이라는 원대한 구상이다. 지구 저궤도에 태양광을 모으는 발전 위성을 띄우고, 다른 위성들이 전력이 필요할 때마다 레이저로 '쏴주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우주 산업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사진 3. 스타캐처가 내세운 혁신은 우주 산업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Star Catcher Industries
레이저 전송이 바꾸는 설계의 공식
현재 위성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전력 부족’이다. 위성이 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규모는 결국 그 위성이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에 의해 결정된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면 더 큰 태양광 패널을 달아야 하고, 그러면 위성 자체가 무거워진다. 무거운 위성을 우주에 띄우려면 더 큰 로켓이 필요하고, 발사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마치 더 강한 구속을 원하는 투수가 더 무거운 공을 던져야 하는 것과 같은 악순환이다.
하지만 스타캐처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 악순환이 깨진다. 위성들은 더 이상 자신이 필요한 모든 전력을 스스로 생산할 필요가 없어진다. 필요할 때마다 우주 전력망에서 전력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위성 설계의 자유도가 크게 높아진다. 더 작고 가벼운 위성을 만들 수 있고, 그만큼 발사 비용도 절감된다. 동시에 위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오히려 늘어난다. 전력 걱정 없이 더 강력한 센서를 달 수 있고, 더 복잡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번에 당신이 밤하늘의 별을 볼 때, 잠시 상상해보라. 저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강속구가 오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공을 던지고 받는 주인공은, 어쩌면 수백만 년 전부터 빛을 동경해 온 우리 인류 자신이라는 것을. 야구장에서 배운 ‘잘 던지고 잘 받기’의 기술이 이제 우주의 무대에서 인류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글 : 권태균 청주대학교 에너지융합공학과 교수,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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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참신하고 유용한 지식 감사드립니다.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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