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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붉은 행성에 남겨진 단서,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189호 2025년 10월 27일“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다.”
- 칼 세이건
드넓은 우주, 생명체는 과연 지구에만 존재할까?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랜 시간 외계 생명체 탐사에 몰두해 왔다. 그중에서도 ‘마션’과 같은 SF 콘텐츠와 각종 탐사 소식으로 친근해진 화성은 대표적인 생명체 탐사 대상 행성 중 하나다.
사진 1. 화성은 지구에서 가까우면서도 물을 보유해 오래전부터 생명체 탐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행성이다. ⓒNASA
화성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명료하다. 지구에서 비교적 가깝고, 혹독한 우주 환경에서 생존 및 정착 가능성이 있는 행성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괜히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계획을 거론하는 게 아니다. 바꿔 말하면, 화성은 우주 생명체 탐사 난이도는 낮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높은 행성이라는 얘기다.
오래됐지만 쉽지 않은 화성 탐사
이런 이유로 우주 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 소련(현 러시아)이 마스닉 1호를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연이어 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달 못지않은 탐사 경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1964년)과 소련(1971년)을 제외한 다른 나라 탐사선의 화성 궤도 진입은 2003년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얼마나 실패가 많았던지 ‘화성의 저주(Mars Curse)’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언론에 나올 정도였다.
화성 생명체 탐구가 본격적으로 진전된 시점은 화성 표면에 로버가 착륙하면서부터다. 1997년 7월 4일 소저너(Sojourner)가 화성에 첫발을 내디딘 후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 등 기동성을 가진 로버가 직접 화성 표면을 탐색하며 생명체 탐사의 불이 붙었다.
화성 운하 있다, 없다? 기막힌 반전
생명체 탐사의 가장 큰 핵심은 ‘물’을 찾는 것이다. 현재 지구에 서식하는 생물체들은 생화학 반응, 영양분 운반 등 다양한 이유로 물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화성에서 물이 발견된다면, 생명체 발견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사실 인류는 19세기 말부터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그중에서도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화성 적도 표면에서 관찰된 긴 선을 ‘운하(Canali)’라고 칭하며, 화성에 물과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이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마리너 4호로 인해 화성 표면에는 운하는커녕, 분화구나 크레이터가 가득하다는 사실만 확인되면서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1970년대 마리너 9호가 보내온 사진이 화성에 물이 실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마리너 9호가 촬영한 사진에서 물이 흐른 듯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결국 수 차례의 탐사 끝에 인류는 화성 극지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대기 중에도 기체 형태로 물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그리고 2024년에는 차세대 화성 착륙선, 인사이트가 보내온 데이터를 통해 화성에 ‘액체 형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인사이트는 지진계를 활용해 화성에서 발생하는 지진 데이터를 기록했고, 지진파의 이동 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하 10~20km 부근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잠재적 생체신호 발견… 미생물 존재 가능성 ↑
물의 존재가 기정사실이 되자, 과학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생명체 존재의 단서’를 찾는 쪽으로 옮겨갔다. 생명체가 살기 위해선 물뿐 아니라 유기화합물, 에너지원, 안정된 환경이 필요하다. 이에 1997년 토양 시료 분석기를 탑재한 소저너의 활동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큐리오시티가 유기화합물 분자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큐리오시티는 화성 적도 부근에서 수소(H), 탄소(C), 황(S)을 비롯해 다양한 유기화합물을 함유한 암석을 발견했는데, 과학자들은 해당 유기물이 35억 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화성이 지금보다 태양에 가까워 기온이 높고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이므로, 생명체가 활동하기 적합한 환경이 갖춰졌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다 지난 9월에는 역대 가장 확실한 것으로 알려진 생명체 흔적이 발표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조엘 휴로위츠 교수 연구팀은 화성 탐사 로보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암석 표본에서 잠재적인 바이오시그니처(Biosignatures)를 확인했다. 바이오시그니처란 생명 활동으로 생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물질 혹은 그로 인한 패턴을 뜻한다. 그 자체로 확신한 생명체 존재 증거는 될 수 없지만, 추가 데이터나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면 생명체 존재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이 발견한 바이오시그니처는 남철석(Vivianite), 그레이지테(Greigite)라는 광물이다. 남철석은 주로 습지 등 수분이 풍부한 곳이나 철이 포함된 퇴적물에서 미생물에 의해 형성된다. 그레이지테 역시 미생물로부터 생성되는 물질 중 하나다. 즉 퇴적물과 미생물 사이 상호작용을 통해 해당 광물이 형성됐다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해당 발견이 미생물의 존재를 100%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가 없더라도 유기화합물, 고온, 산성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특정 광물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상당히 끌어올렸다고 평가된다.
화성 샘플, 지구로 공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발견된 것들이 생명체의 흔적인지 확신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과학자들은 화성의 시료를 직접 지구로 가져올 방안을 고안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 샘플 공수(MSR)’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난도 배송으로 평가되는 이 프로젝트의 예상 비용은 최대 110억 달러(약 15조 원)다. 예산 문제로 목표 시점은 2030년에서 2040년으로 미뤄졌지만, NASA는 화성에 직접 정밀 장비를 보내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지구 외 첫 외계 생명체 발견이 확정되는 것도 머지않을지 모른다.
글 :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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