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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영화 《군체》 속 좀비,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050호 2026년 06월 22일무더운 여름, 극장가에는 좀비와 유령 등을 앞세운 장르 영화가 차례로 걸린다.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지난 5월 말 개봉한 영화 《군체》는 개봉 4주 차에 누적 관객 수 53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6년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물’ 시대를 연 연상호 감독의 이번 신작은 좀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돋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좀비는 사고 능력 없이 소리 나는 쪽으로 무작정 달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다. 이와 달리 《군체》 속 좀비는 인공지능(AI)처럼 집단으로 사고하고 감염 대상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른바 집단지성을 가진 좀비다.
사진 1. 집단지성을 갖고 움직이는 영화 《군체》 속 좀비. ⓒ《군체》 공식 스틸 컷
그렇다면 좀비라는 상상의 산물을 탄생시킨 현실의 생물체, 바이러스나 기생생물은 인간을 좀비처럼 만들 수 있을까? 여러 사례를 통해 영화 속 좀비와 현실 생물학의 차이를 살펴보자.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
좀비는 유령과 달리 실체 곧 육신이 있다. 좀비와 보통의 인간 역시 좀비가 된 인간이 지능이 떨어지고 행동이 굼뜨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감염과 동시에 자의식을 잃은 좀비는 거듭 다시 죽게 될 위험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다른 이를 감염시켜 좀비의 수세를 늘리는 목적하에 움직인다.
좀비물에서 최초의 좀비는 미지의 감염체로부터 등장한다. 이들에게 물린 사람들은 보통 몇 분 안에 좀비가 된다. 이러한 설정을 두고 과학자들은 현실에서 좀비 바이러스는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DNA를 복제하려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잠복기가 짧은 편인 노로바이러스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소 12시간이 걸린다. 영화 속 좀비처럼 몇 분 안에 자기복제를 하거나 숙주의 신체 가능을 완전히 장악하는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고 능력을 잃고 난폭해지며, 끝내 죽음에 이르는 사례를 알고 있다. 광견병 환자가 대표적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로 인해 대뇌 변연계에 문제가 생긴 동물은 착란과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공격성 또한 심해진다. 이러한 바이러스가 잠복기가 짧고 전염성이 큰 다른 바이러스와 결합한다면 신종 ‘좀비병’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은 자연에서 본질적으로 계통이 다른 바이러스들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론적 가능성을 믿고 실험실 환경에서 인공 생물체를 조합하더라도 그 결과물이 살아서 활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숙주를 조종하는 작은 존재들
기생생물은 좀비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또 다른 생물체다. 열대 지역에 번성하는 기생 곰팡이 ‘오피오코르디셉스 유닐라테랄리스(Ophiocordyceps unilateralis)’는 개미의 뇌에 침투해 신경계를 장악하고, 심지어 좀비화된 개미를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습지로 이동시킨다. 습지의 개미가 죽은 뒤 곰팡이는 숙주의 내장을 먹고 자라며, 머리 쪽으로 줄기를 뻗어 공기 중으로 포자를 방출시킨다.
란셋흡충(Dicrocoelium dendriticum) 또한 최종 목적지인 초식 동물의 몸에 가기 위해 중간 숙주인 개미를 이용한다. 이 기생충은 개미의 먹이인 달팽이의 점액에 수백 마리의 유충 형태로 섞여 먹히기를 기다린다. 개미의 몸에 들어간 유충 대부분은 복부에 있지만 그중 단 한 마리가 신경계를 장악한다. 저녁이 되면 감염된 개미는 무리에서 떨어져 풀잎 꼭대기로 올라가고, 소나 양이 개미가 올라간 풀을 뜯어 먹으면서 기생충의 생활사가 이어진다.
이들 생물은 자연에서 자신보다 큰 생명체의 신경계를 조종하는 실례이지만, 이들의 특수한 생활사가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수준까지 변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정 곰팡이가 번성하고 번식하는 환경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타깃이 되는 개미와 다른 종의 개미를 감염시키기 어려운 것은 물론, 애초에 인간은 체온이 높아 곰팡이가 생존하기에 부적합하다. 기생충 역시 원래의 숙주가 아니라면 잘 감염되지 않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좀비화의 가능성을 가진 생명체들은 수백만 년 이상의 유전적 변이를 걸쳐야만 인간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개봉 후 과학 전문가와의 해설 콘텐츠에 출연한 연상호 감독은 영화의 출발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정보 교류가 너무나 빠르게 이루어지는 요즘 세상에 집단적인 사고에 휩쓸려 각자의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 이것이 지금 내가 느끼는 공포가 아닐까?’ 집단지성을 가진 영화 속 좀비, 군체는 현재까지의 생물학보다 오늘날의 공포를 반영한 창조물이다. 현실에서는 아직 좀비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집단 사고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좀비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이미 우리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용어 풀이]
1) 집단지성 :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지
2) 잠복기 :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후, 첫번째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
[참고자료]
▶ The brain worm that turns ants into zombieshttps://www.nhm.ac.uk/discover/news/2018/june/the-brain-worm-that-turns-ants-into-zombies.html
글 :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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