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과학향기 Story]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두 발’과 ‘큰 뇌’ 때문이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60호 2026년 08월 31일전 세계 인구 열 명 중 아홉 명은 공통된 생물학적 특징을 공유한다. 밥을 먹고, 글씨를 쓰고, 무언가를 만지는 일상 대부분 행위에서 오른손을 주로 쓴다는 것. 문화와 지역을 넘어, 오른손잡이의 수는 어디서나 왼손잡이를 압도한다. 일본 유명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처럼 '왼손은 거들 뿐'인 세상이다.
우리는 오른손잡이의 비율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기이한 현상이다. 우리와 같은 영장류인 침팬지, 고릴라를 살펴봐도 인간처럼 극단적인 비율은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종의 ‘진화적 특이종(Evolutionary Outlier)’인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인류는 오른손잡이로 치우친 것일까?
인간만 유별난 이유
영국 옥스퍼드대와 레딩대 공동 연구진이 그 답을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내놨다. 연구진은 원숭이와 유인원 41종, 총 2,025개체의 손 사용 데이터를 종합해 MHI(평균 손잡이 지수)를 측정했다. MHI는 -1에서 +1까지 표시되는데, -1은 완전 왼손잡이, +1은 완전 오른손잡이, 0은 집단 전체의 방향이 어느 쪽도 아닌 상태를 뜻한다.
분석 결과 대부분 영장류는 0 근처에 옹기종기 모였다. 개체마다 한 손을 제법 강하게 쓰긴 해도 어느 쪽인지는 제각각이라, 집단 전체로는 방향이 뚜렷하지 않았다. 반면 인간은 홀로 0.76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 압도적인 편향의 뿌리를 인류 진화사의 두 가지 사건, 두 발 보행과 뇌 확장에서 찾았다.
먼저 인류의 조상이 이족보행을 시작하면서, 앞발이었던 두 손은 이동과 체중 지지라는 임무에서 해방됐다. 자유로워진 손은 도구를 만들고 물건을 나르는 정교한 작업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런 정교한 작업엔 양손으로 기능을 분산시키기보다 한 손을 ‘전담 선수’로 키우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니까 손잡이의 강도, 즉 한쪽에 몰아주는 정도가 먼저 올라갔다고 분석한다. 실제 인류 진화 과정을 컴퓨터로 모델링한 결과 이 강도는 인류 계통 초기부터 아주 이미 높았다. 즉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쪽 손을 강하게 선호해온 셈이다. 그런데 왜 하필 왼손 대신 오른손이었을까?
뇌의 분업화, 오른손잡이를 이끌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뇌의 확장’이다. 뇌가 커진 호모(Homo)속이 등장하며 대뇌 진화가 본격화했고, 우리 뇌는 좌우 반구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편측화(Lateralization)’를 겪는다. 이 과정에서 손잡이 비대칭이 오른쪽으로 굳어졌다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여러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언어와 정교한 손동작을 주로 담당하는 좌뇌는 몸의 오른쪽을 통제한다. 도구 사용과 언어 같은 중요한 기능의 편측화가 진행되면서, 좌뇌가 주로 통제하는 오른손의 쓰임새도 함께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좌뇌 편측화가 오른손잡이를 낳았는지 혹은 그 역방향인지, 선후관계는 추후 연구로 밝혀질 문제다.
결국 이족보행은 ‘한쪽 손을 얼마나 세게 쓸지’를, 뇌의 확장은 ‘그 손이 어느 쪽일지’를 나눠 맡은 셈이다. 실제로 연구진이 모델에 이족보행과 관련된 팔다리 길이 비율, 뇌 크기 등을 포함하자, 별종처럼 홀로 튀던 인간의 손잡이 지수가 진화의 자연스러운 궤적 위에 정확히 내려앉았다.
물론 오른손잡이가 다수라는 사실이 우월성을 뜻하진 않는다. 시야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맹점이나 신경이 뒤집힌 채 연결된 망막처럼, 진화란 그저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 구조를 재편해 온 불완전한 타협의 흔적일 뿐이다. 다만 평범한 일상이던 오른손 사용이, 인류가 겪은 두 가지 신체 혁명(직립보행, 대뇌 확장)을 고스란히 담은 결과라는 사실만큼은 흥미롭다. 지금 이 글을 넘기는 당신의 오른손에도, 수백만 년의 이력서가 적혀 있는 셈이다.
[용어 풀이]
1) 진화적 특이종 : 일반적인 진화 패턴이나 계통의 규칙에서 크게 벗어난 특이한 생물이나 특성
2) 이족보행 : 두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이동하는 보행 방식
[참고자료]
▶ Bipedalism and brain expansion explain human handedness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3771
글 :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영화 《군체》 속 좀비,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 무더운 여름, 극장가에는 좀비와 유령 등을 앞세운 장르 영화가 차례로 걸린다.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지난 5월 말 개봉한 영화 《군체》는 개봉 4주 차에 누적 관객 수 53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6년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물’ 시대를 연 연상호 감독의 이번 신작은 좀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돋보인다. 우리에게 익...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지구를 지키는 갯벌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 [과학향기 Story] 모기가 기피제도 학습한다? 더 영리해진 모기와의 전쟁
- [과학향기 for kids] 스파이더맨보다 더 신기한 진짜 거미의 비밀
- [과학향기 for kids]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왜 머리가 아플까?
- [과학향기 for kids] 식물도 주변 눈치를 본다?
- [과학향기 Story] 영화 《군체》 속 좀비,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 [과학향기 Story] ‘땀방울’ 아닌 ‘땀막’, 인체 냉각 시스템의 비밀
- [과학향기 for kids] 아기 때는 네 발, 어른이 되면 두 발로 걷는 공룡이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우리는 하루에 방귀를 몇 번이나 뀔까?
- [과학향기 Story] ‘알 턱’ 없던 턱이 생긴 진짜 이유는?
ScienceON 관련논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