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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3시간 후에 침수가 일어난다? ‘데이터’는 알고 있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87호 2024년 08월 19일지난 2022년 8월 수도권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역 일대가 침수됐다. 그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도로가 통제됐으며 상점과 주택이 물에 잠겨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인명피해도 다수 보고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배수관로 설치 같은 수해 재발 방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침수 자체를 막는 건 쉽지 않다. 도시의 지형과 존재하는 시스템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데이터’로 피해 지역과 범위를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법’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1.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법’이 주목받고 있다. ⓒshutterstock
치안부터 경제까지, 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법이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컨대 교통 데이터를 통해 교통량이 많은 지역과 시간대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도로 건설 계획을 세우거나 대중교통 노선을 조정할 수 있다. 또한 침수 피해 규모를 예측하거나, 전염병 확산 과정 분석, 범죄 예방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 사례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어떤 것일까?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10년 미국 뉴욕과 샌타크루즈시 등에서 활발히 사용된 범죄 예측 시스템, ‘프레드폴(PredPol)’이다. 이는 2002년 개봉한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과 닮아 화제가 됐다. 프레드폴은 과거 일어난 사건의 유형과 범행 장소, 시간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정 시간 후 지역별 범죄 발생 확률을 계산한다. 경찰은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의 순찰을 늘리는 등 치안 강화를 위해 프레드폴을 활용했다.
사진 2. 미국의 범죄 예측시스템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프리크라임과 닮아 화제됐다. ⓒ드림웍스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위기 징조를 파악한 사례도 있다. 2011년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를 넘기고 회복세를 돌입했다. 그러다 다시 경제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치인들은 이 사태를 부정했고,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실업률 지표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제위기 징조를 예측한 것일까? 그 비결은 바로 ‘차량 데이터’에 있었다. 교통량 분석 회사 인릭스(Inrix)는 여러 자동차 회사로부터 운행 중인 차량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 이전만큼 러시아워가 붐비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실업률 증가 가능성’ 예측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후, 인릭스가 예견한 대로 실업률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인릭스는 어떻게 이를 예측한 것일까? 사람들이 실직하면 실업수당을 신청하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며 한두 달은 휴식을 취한다. 이 기간은 공식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다. 즉 교통 데이터를 통해 실업률 증가 추세를 실시간으로 잡아낸 것이다.
이 밖에도 미국에선 지카(Zika) 바이러스 확산과 연관된 트위터 게시물 380만 개를 분석해 대중의 태도와 인식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보건 정책 수립에 필요한 객관적 근거로 활용했다. 덴마크 도로관리국은 무인 자동차에 대한 시민 인식을 조사해 자동차 산업 정책 수립에 반영했다. 트위터를 분석해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 간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히 포착한 것 역시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 사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은 실시간 분석과 거시적 접근이 가능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정밀한 관찰이 가능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사회 문제는 ‘데이터기반문제해결연구단’이 책임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을까? 국내에서는 2018년에 출범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기반문제해결연구단이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단은 자체 보유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슈퍼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침수, 농업, 감염병 등 국민의 생활 및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침수예측 솔루션’이 맹활약하고 있다.
사진 3. KISTI의 데이터기반문제해결연구단은 자체 보유 데이터와 AI, 슈퍼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국민의 생활 및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침수예측 솔루션은 침수 발생 3시간 전부터 침수 위험, 침수 발생 지역, 범위 및 발생 원인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때 토지의 빗물 흡수율, 맨홀, 하수로 연결성 등 지역 데이터와 강우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침수 여부를 예측한다. 대표적으로 인천시 재난 대응 부서는 이 솔루션을 도입해 차량을 이동하거나 교통을 통제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또 하수 성능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하수도 기본 정비 계획 등 기초자료로 활용한 바 있다.
사진 4. KISTI는 AI 기술을 활용한 공공데이터 기반 지역현안 솔루션 개발을 통해, 지역사회 안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데이터를 이용하면 각종 사회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고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 및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밖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도 있으며 국민 참여형 정책 제안 수렴,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같은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정책 수립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 등이 점차 해결되고, 적절한 규제와 제도가 마련되고 있어 향후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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