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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과학향기 Story] 모기가 기피제도 학습한다? 더 영리해진 모기와의 전쟁

<KISTI의 과학향기> 제3058호   2026년 08월 17일
여름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가 손에 쥔 무기는 대개 하나, 팔다리에 바르는 기피제다. 냄새 나는 화학 방패 한 겹이면 모기가 알아서 피해 간다고들 믿는다. 그런데 이 오래된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상대가 그 방패의 냄새를 ‘기억’하고, 심지어 ‘먹이 신호’로 정반대로 뒤집어 학습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가 내려진 지금, 기피제 한 통에만 기대는 여름나기가 왜 위태로운지 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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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폭염 후 모기 개체 수 증가로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가 내려졌다. ⓒShutterstock
 
모기는 성가신 여름 불청객쯤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말라리아를 비롯한 각종 감염병을 사람에게 옮기는 매개체다. 올해 질병관리청은 위험지역에서 채집되는 말라리아 매개모기의 밀도가 기준을 넘어서자 전국에 주의보를 발령했다. 매개모기 감시망에 빨간불이 켜진 계절, 예방의 첫 단추는 여전히 ‘물리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그 첫 단추가 생각만큼 튼튼하지 않다는 데 있다.
 
모기는 기피제 냄새를 먹이 신호로 기억한다?
 
국제 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실린 연구가 이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대표적 기피 성분인 디트(diethyltoluamide, DEET)를 두고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상대로 실험을 설계했다. 모기를 가운데 방에 두고 한쪽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다른 쪽에서는 DEET 냄새를 흘려보내면서, 흡혈에 성공하는 경험과 특정 냄새를 반복해 짝지어 주었다. 개에게 종소리와 먹이를 함께 들려주어 침을 흘리게 한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와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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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처럼, DEET를 피하던 모기들은 훈련 후 DEET 냄새를 이정표 삼아 먹이를 찾아 나섰다. ⓒShutterstock
 
결과는 뜻밖이었다. 원래 DEET를 피하던 모기의 절반이 훌쩍 넘는 60% 이상이,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그 냄새를 향해 다가갔다. 깨끗한 손과 기피제를 바른 손을 나란히 내밀자 훈련된 모기는 기피제를 바른 손을 물려고 달려들었고, 훈련받지 않은 모기는 여전히 그 손을 피했다. 회피의 대상이던 냄새가 '먹이가 여기 있다'는 신호로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이 연구를 논평한 버지니아공대의 한 곤충학자는 이런 학습이 '언제' 일어나는지가 진짜 관건이라고 짚었다.
 
기피제를 갓 발랐을 때는 농도가 높아 모기가 얼씬대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약효는 서서히 옅어진다. 바로 그 틈을 타 몇 마리가 흡혈에 성공하는 순간, 남아 있는 옅은 DEET 냄새와 ‘피를 빨았다’는 보상이 한데 묶인다. 모기의 단순한 신경계에 ‘이 냄새가 나는 곳에 먹이가 있다’는 기억이 새겨지는 것이다. 한 번 각인되고 나면, 다음부터 그 냄새는 모기를 쫓는 장벽이 아니라 표적을 알리는 이정표로 바뀐다.
 
그래서 연구진의 조언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침에 한 번 두껍게 바르고 하루 종일 버티기보다, 몇 시간 간격으로 얇게 자주 덧바르라는 것이다. 농도가 뚝 떨어지는 학습의 틈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기피제 뒷면의 사용법과 지속 시간을 한 번쯤 확인해 보라는 당부가 괜한 말이 아닌 셈이다.
 
모기의 생태를 거꾸로 겨눈다
 
기피제 한 겹으로 모기를 완벽히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과학자들은 아예 다른 전장을 열었다. 냄새로 쫓거나 살충제로 죽이는 대신, 모기의 번식 생태 자체를 무기로 삼는 방식이다. 가장 대담한 사례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산하 생명과학 기업 베릴리(Verily)가 추진하는 디버그(Debug) 프로젝트다.
 
사진 3 ⓒDebug project
사진 3. 구글의 모회사 베릴리는 GMO나 화학물질을 이용하지 않고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디버그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Debug project 홈페이지
 
핵심은 볼바키아라는 세균이다. 베릴리는 이 세균에 감염시킨 수컷 이집트숲모기를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최대 6,400만 마리까지 풀어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원리는 이렇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이 야생 암컷과 짝짓기하면 수정란이 정상적으로 발생하지 못해 알이 아예 부화하지 않는다. 세포질 부적합성이라 불리는 이 현상 덕에 짝짓기는 이뤄지되 다음 세대는 태어나지 못한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개체 수는 조용히 줄어든다.
 
이 전략의 묘미는 안전성과 친환경성에 있다. 사람을 무는 쪽은 오직 암컷뿐이라, 수컷을 아무리 많이 풀어도 사람이 더 물릴 걱정은 없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으니 다른 곤충이나 환경에 미치는 부담도 적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꾼 GMO 모기와 달리 볼바키아는 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는 세균이라는 점도 거부감을 던다. 수백만 마리 가운데 암컷이 한 마리도 섞이지 않도록 골라내는 고된 작업은 인공지능과 로봇 분류 장치가 맡는다.
 
공상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프레즈노에서 진행된 시범 사업에서는 사람을 무는 암컷 모기가 최대 95%까지 줄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야생 모기 개체 수가 약 77% 감소했고 뎅기열 환자도 70% 안팎으로 떨어졌다. 호주와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성과가 쌓이고 있다. 뇌도 없는 세균 한 종이 도시 하나의 모기 지도를 바꿔 놓고 있는 셈이다.
 
단, 오해는 말자. 기피제가 쓸모없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DEET는 지금도 가장 효과적인 기피 성분이고 제때 덧바르기만 하면 제 몫을 톡톡히 한다. 다만 그 한 겹에만 모든 것을 맡기는 순간, 영리한 상대는 어김없이 빈틈을 파고든다. 긴소매 옷과 모기장, 방역, 여기에 모기의 생태를 거꾸로 겨눈 새로운 기술까지, 여러 겹을 포개야 비로소 여름 모기의 습격을 견딜 수 있다.
 
모기와 인간의 싸움은 결국 화학의 대결이 아니라 학습과 진화의 대결인지도 모른다. 상대는 우리가 내민 방패마저 미끼로 바꿔 학습하는 중이다. 말라리아 경보가 울리는 이번 여름, 부디 기피제 한 통을 너무 믿지는 마시라.
 
[용어 풀이]
1) GMO : 본래 성질과 다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하거나 결합한 생물체
2) 세포질 부적합성 : 볼바키아같은 세균에 감염된 수컷과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만났을 때 알이 죽거나 성장하지 못하는 현상
 
[참고자료]
 
글 :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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