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향기 Story] 이상기후가 지진을 부추긴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67호   2024년 06월 10일
홍수, 가뭄, 폭염… 지구온난화로 인해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전염병이 퍼지고, 식량이 부족해지고, 집이 물에 잠겨 생활 터전을 잃는 등의 여러 피해가 연이어진다. 그런데 가운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학교 지구대기행성과학부 윌리엄 프랭크 교수팀은 폭우나 폭설과 같은 이상기후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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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폭우·폭설과 같은 기상 현상과 지진이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shutterstock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은?
 
지진은 지각판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의해 발생한다. 지각판은 지각과 맨틀 윗부분을 포함한 두께 100㎞ 안팎의 암석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지각판은 왜 움직이는 것일까? 바로 고온의 핵과 가까운 맨틀의 온도 차에 의한 '대류 현상' 때문이다. 핵에 의해 데워진 맨틀 물질은 상부의 지각 쪽으로 떠오르고, 차가운 맨틀 물질은 가라앉는다. 이러한 대류 현상의 여파로 지각판도 움직인다.
 
지구 표면은 크고 작은 판으로 나뉘어져 있다. 쪼개진 판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느린 속도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질 뿐 아니라,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누적되며, 누적된 에너지가 폭발하면 지각판이 흔들리며 지진이 발생한다. 물론 지각판의 활동 외에도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 현상과 대형 댐을 짓거나, 광물을 캐내는 등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도 지진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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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지각은 여러 개의 판으로 쪼개져 있으며, 판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shutterstock
 
일본 노토반도에서 연이어진 지진, '기상현상' 때문이다?
 
대다수의 지진은 큰 규모의 본진이 일어난 후, 자잘한 여진이 이어지다 소멸한다. 다만 올해 초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노토반도에선 2020년 12월부터 본진과 여진을 구분하기 어려운 '군발지진(Earthquake Swarm)'이 연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노토반도 군발지진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지난 10년간 노토반도의 지진 활동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2020년 이전에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았고, 지진 간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0년 이후 군발지진 형태의 지진이 짧은 시간 동안 더 자주 발생했고, 규모도 훨씬 커졌다. 게다가 지진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지진의 속도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지진의 속도가 통과 지점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해, 계절 변화와 지진과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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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2020년 12월 이후 일본 노타반도에선 본진과 여진을 구분하기 어려운 군발지진이 연이어지고 있다. ⓒshutterstock
 
연구팀은 노토반도의 지진 속도가 빨라지기 직전에 지반을 이루는 토양과 암석의 유체 압력이 커지는 것을 발견해냈다. 비나 눈이 내리면 지반을 이루는 토양과 암석의 틈을 채우는 공극수에 가해지는 무게가 커져 공극수의 압력이 커진다. 그 여파로 지진파가 토양을 통과할 때 속도가 느려진다. 반대로 빗물과 눈이 증발하거나 사라지면 공극수에 가해지는 무게가 줄어든다. 이에 공극수의 압력이 감소할 뿐 아니라 지진파의 속도도 빨라진다. 실제로 노토반도에 폭설이 내린 시기와 노토반도 내 군발지진 발생 시기가 일치해 겨울철 폭설이 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기상현상이 지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확인되자,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우나 폭설과 같은 이상기후가 잦아지면 지진의 영향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무더운 날씨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재해를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막기 위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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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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