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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월드컵 속, 축구공의 끝없는 변천사
<KISTI의 과학향기> 제3052호 2026년 07월 06일지난 6월 12일,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올림픽을 압도하는 인류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이자 지구촌 축제다. 월드컵이 전 세계 수십억 축구 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밤새도록 응원하게 만드는 이유는 국가의 명예를 걸고 참가한 최고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진검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축구에서 만고불변의 진리는 '공은 둥글다'이다. 다른 구기 종목들과 달리 축구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으며, 경기를 지배하다가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역습을 당해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축구공은 왜 둥글어야 하는가?
축구 경기에서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 누구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고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이유는 바로 공이 둥글기 때문이다. 공이 둥글기에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고, 공은 어느 방향으로도 튈 수 있다. 1930년 열린 최초의 월드컵부터 이번 북중미 월드컵까지 1세기 동안 1천 번이 넘는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축구공은 더욱 둥글어지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제1회였던 1930 우루과이 월드컵의 결승에선 어떤 축구공을 사용할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펼쳐졌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서로 자국의 공을 사용하겠다고 고집한 끝에 결국 전반에는 아르헨티나 공을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을 사용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흥미롭게도 전반에는 아르헨티나가 2-1로 앞서다가 후반에 우루과이가 2-4로 역전하면서 축구공이 경기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월드컵에서는 공정한 경기 운영을 위해 개최국이 지정한 ‘공인구’를 사용하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공인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1970 멕시코 월드컵부터다. 최초의 공인구 ‘텔스타(Telstar)’는 공을 둥그렇게 만들기 위해 정다면체 중 면이 가장 많은 정이십면체를 이용했다. 정이십면체는 정삼각형 20개로 구성되며 12개의 꼭짓점에서 각각 5개의 정삼각형이 만나는 형태다. 이 12개의 꼭짓점을 균일하게 깎으면 정오각형이 생기는데, 결국 20개의 정육각형과 12개의 정오각형이 조합된 형태로 바뀐다. 정오각형 부분을 검게 칠한 것이 바로 축구하면 떠오르는 점박이 축구공이다.
32개 패널로 된 점박이 축구공은 2002 한·일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Fevernova)’까지 32년 동안 계속 사용됐다. 천연가죽을 인조가죽으로 교체해 방수력을 높이고, 내부를 폴리우레탄 폼으로 채워 탄성을 높이는 등 기술적 진보가 거듭됐지만 32개의 패널을 사용하는 축구공의 근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사진 1. 월드컵은 공정한 경기를 위해 공인구를 지정하고 있다. 2002 월드컵이 진행될 때까지, 공인구는 우리가 흔히 아는 32개 패널 형태를 유지했다. ⓒShuttertstock Rafael Berlandi
패널 수가 줄어든 과학적 이유
그런데 일부 선수들은 점박이 축구공을 놓는 방향에 따라 축구공의 궤도가 미세하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육각형을 정면으로 찰 때와 정오각형을 정면으로 찰 때 감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킥을 찰 때면 공을 바닥에 바로 던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면으로 조심히 내려놓는 선수도 있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이것이 선수들의 착각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물리적 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풍동실험을 통해 정밀 분석한 결과, 축구공의 표면구조 변화가 공기역학적 특성에 영향을 미쳐 축구공의 비행거리, 도달 시간, 높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축구공 패널 구성에 따른 이음새의 위치 변화가 비행 시 공 후류의 공기흐름을 바꿔 공의 비행 특성을 달라지게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32개에 달하는 패널을 꿰매 만든 축구공은 이음새가 지나치게 많아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공기 저항이 불균형해 비행 궤도도 불안정했다. 결국 더욱 공정한 경기를 위해 패널을 줄여 공을 더욱 완전한 구에 가깝게 만드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어졌다.
2006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Teamgeist)’는 14개 패널,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Jabulani)’는 8개 패널, 2014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Brazuca)’는 6개 패널,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인 ‘델스타18(Telstar 18)’는 6개 패널을 사용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인 ‘알 리흘라(Al Rihla)’는 20개 패널로 잠시 늘기도 했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공인구인 ‘트리온다(Trionda)’는 역대 최소인 4개 패널을 사용한다.
다만, 패널 수를 줄였더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따라왔다. 공의 표면이 지나치게 매끈해지면서 공기 저항이 줄고 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의 흔들림이 커졌다. 실제 자블라니는 공의 궤적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거나 날아가는 공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너클 이펙트(Knuckle effect)가 빈번히 나타나 골키퍼들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과학자들은 축구공의 표면에 공기 저항을 받을 수 있는 돌기 구조를 새겨 축구공을 찰 때 미끄러짐을 줄이고 공의 불안전성도 막았다.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공 표면의 돌기는 격자무늬, 삼각형 무늬, 작은 딤플 형태, 작은 돌기 형태 등이 사용되며 공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걸 방지했다. 트리온다는 4개 패널의 봉합선을 의도적으로 깊이 파고 공 표면에 라인을 새겨 공기 저항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비행 안정성을 높였다.
사진 3. 트리온다의 깊은 봉합선과 공 표면의 라인은 공기 저항을 분산시켜 최상의 비행 안정성을 만들어낸다. ⓒAppl. Sci. 2026
AI 활용하는 스마트 볼의 시대
한편, 트리온다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완벽한 스마트 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 사용된 알 리흘라도 공 내부에 실시간으로 속도, 위치, 접촉을 추적하는 관성측정장치(IMU)가 삽입됐다. 다만, 센서와 배터리를 공 내부의 특정 위치에 고정허는 방식이 미세한 불균형을 초래해 공의 비행과 회전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트리온다는 관성측정장치를 4개의 패널 중 하나에 심고 나머지 3개 패널에 균형추를 달아 무게 중심을 완벽히 맞췄다.
트리온다의 관성측정장치는 공의 가속도나 회전 속도, 충격 방향, 접촉 시점 등 데이터를 초당 500회 수집해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초정밀 데이터가 경기장 내 추적 카메라가 수집한 선수들의 위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결합돼 AI 알고리즘을 거치면서 오프사이드나 핸드볼 등의 판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게 됐다. 지난 1세기 동안 진행됐던 완벽한 구를 향한 축구공의 여정이, 이제는 스마트기술을 만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용어 풀이]
1) 정다면체 : 모든 면이 합동인 정다각형으로 이뤄져 있고, 각 꼭짓에 모인 면의 개수가 볼록한 다면체
2) 공기저항 : 공기 속을 운동하는 물체가 공기로부터 받는 저항
[참고자료]
▶ 현대 축구공의 표면구조 변화가 공력 특성에 미치는 영향
▶ Trionda: Enhanced Surface Roughness Relative to Previous FIFA World Cup Match Ballshttps://scent.kisti.re.kr/site/main/admin/frame.do
글 : 김홍재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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