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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마지막 대화, AI가 이어간다면?
<KISTI의 과학향기> 제3066호 2026년 10월 12일김초엽의 단편소설 「관내분실」에선 세상을 떠난 사람의 기억을 데이터로 보존해, 유족이 가상 공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미래가 등장한다. 관계가 단절됐던 엄마를 찾아 생전 하지 못했던 말을 건네고,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고인을 이해하는 모습이 공감을 얻었다. 이 작품은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에도 적용됐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22~50세 참가자 16명을 모집했다. 연구진은 사전 설문과 인터뷰로 고인의 성격, 관계, 말투 등을 수집한 뒤 이를 대형언어모델(LLM)에 입력해 ‘AI 유령’을 만들었다. 그 결과는 2026년 미국컴퓨터협회(ACM) '인터랙티브 시스템 설계 학회' 논문집에 실렸다. AI로 고인 혹은 가상의 애인(친구)을 구현하는 서비스는 이미 여럿 나와 있다. 다만 생성형 유령과 실제 사용자의 직접 대화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으로 꼽힌다.
팩트는 너그럽게, 말투·습관엔 엄격
연구진은 유령을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비교했다. 하나는 고인 본인처럼 1인칭으로 말하는 ‘환생’ 버전, 다른 하나는 고인을 잘 아는 지인처럼 3인칭으로 말하는 ‘대리’ 버전이다. 환생 버전이 “우리 같이 바다 갔던 게 기억나?”라고 말할 때, 대리 버전은 “그분은 당신과 바다 가는 것을 좋아했어요”라고 말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환생 버전을 대리 버전보다 친밀하게 느끼며 강하게 감정 이입했다. 물론 환생 버전이 ‘너무 진짜 같아서’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소수 있었다. 다만 참가자들은 1인칭이냐 3인칭이냐는 생각보다 중요히 여기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할머니는 혼잣말을 주로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3인칭 유령이 1인칭 유령보다 더 할머니 같았다”고 소감을 남겼다.
흥미로운 점은 유령이 사실을 틀렸을 때였다. 생성형 AI는 종종 허위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킨다. 실제 실험에서도 유령이 고인의 과거 정보를 잘못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참가자들은 이런 오류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세부 사실이 조금 틀려도 대화를 이어간 것이다. 반면 말투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평소 쓰지 않던 호칭 하나에 몰입이 깨진 참가자도 있었다. 대신 고인의 말버릇이 묻어나면 대화에 훨씬 깊이 빠져들었다.
메시지 형태도 중요했다. 한 참가자는 “AI 특유의 길고 정돈된 답장이 문자가 아니라 이메일 같다”며 “짧은 문장과 이모지가 섞였으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직업 같은 세부 정보의 정확도보다, 평소 쓰던 말투와 호칭을 제대로 흉내 내는 편이 더 중요했다.
위로냐 의존이냐, AI 유령의 딜레마
기술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어떨까. 참가자 16명은 모두 재사용 의향을 밝혔다. 동시에 이들 중 다수는 걱정을 드러냈다. 다른 사람이 슬픔에 빠진 상태에서 AI 유령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연구의 초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실제 유족이 AI 유령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처음 들여다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올바른 기술 활용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실제로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확산 중인 중국은 규제에 나섰다. AI가 과도한 정서적 의존을 유도해 현실 인간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연속 사용이 2시간을 넘으면 이용시간을 알리도록 했다. 미성년자에게 가상 친족이나 가상 연인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했다.
AI가 상담역, 비서, 친구, 애인, 결혼 상대에 이어 그리운 가족까지 재현하는 세상. 우리 역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시간 제한 등 과의존을 막기 위한 구체적 규제가 필요한지, 그 규제는 어떤 기준으로 세워야 하는지 등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용어 풀이]
1) AI 환각 : AI가 거짓을 사실처럼 확신을 갖고 말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참고자료]
▶ Designing Conversations with the Dead: How People Engage with Generative Ghostshttps://dl.acm.org/doi/10.1145/3800645.3813090
글 : 김청한 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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