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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for Kids] 달 크레이터에 조선 천문학자 이름이? 우주에 새겨진 한국 이름들
<KISTI의 과학향기> 제3098호 2024년 09월 23일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별과 행성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우주의 천체들에는 모두 이름이 붙어 있는데요, 예를 들어 태양계의 행성들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수성은 머큐리(헤르메스), 금성은 비너스(아프로디테) 등이 그것이죠.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에도 시리우스, 알데바란 등 예쁜 이름이 있습니다. 이런 이름은 누가, 어떻게 붙였을까요?
사진 1. 우주의 천체들은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인 ‘시리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꾼 오리온이 데리고 다니던 개의 이름이다. ⓒshutterstock
별과 행성의 이름은 누가 지을까?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은 밤하늘을 관찰하면서 눈에 보이는 밝은 별이나 별자리에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아랍 천문학자들이 아랍어로 별 이름을 붙여 정리했는데요, 이 중에는 현재에도 쓰고 있는 이름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거문고자리의 ‘베가’입니다.
이후 망원경이 개발되고,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별과 행성, 위성, 혜성 등 우주 천체들이 발견됐습니다. 그러자 전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같은 별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거나, 서로 다른 별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죠.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국제천문연맹(IAU)’을 설립해 천체의 이름에 대한 체계적인 규칙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2016년부터는 아예 별들의 이름을 결정하는 연구팀을 만들어 천체의 이름과 철자를 통일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진 2. 1919년 설립된 국제천문연맹(IAU)은 우주 천체에 공식적인 이름을 짓는 권한을 갖고 있다. ⓒIAU 웹사이트 캡쳐
그렇다면 IAU에서는 새로운 천체에 어떻게 이름을 붙일까요? 우선 태양계의 천체인지, 태양계 밖의 천체인지에 따라 규정이 다릅니다. 만약 태양계에서 새로운 행성과 위성이 발견된다면, 지금처럼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붙입니다. 예를 들어 목성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왕인 주피터(제우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목성의 위성에는 주피터가 사랑했던 이오, 유로파(에우로페), 칼리스토 등의 이름들이 붙어 있어요.
소행성의 경우,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과학자들이 발견한 소행성에는 최무선, 장영실, 허준, 홍대용 등 역사 속에 유명한 과학기술인들의 이름이 붙어 있답니다. 반면 혜성의 경우는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짓습니다. 에드먼드 핼리의 이름을 딴 핼리 혜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태양계 밖의 별과 외계행성의 경우, 그 수가 너무 많아 새로 발견될 때마다 따로 이름을 짓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규정에 따라 영어와 숫자로 된 명칭을 사용합니다.
백두, 한라, 마루, 아라… 별과 외계행성에 붙은 한국 이름
IAU에서는 전 세계의 문화적, 역사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일반인들에게도 별과 행성의 이름을 지을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비정기적으로 ‘네임 엑소월즈(NameExoWorlds)’라는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죠.
한국도 2019년부터 이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2019년에 ‘8 UMi’라는 이름의 별과, 이 별을 도는 외계행성 ‘8 UMi b’에 한국이 제안한 ‘백두’, ‘한라’라는 이름이 선정됐습니다. 이 외계행성계는 북극성으로 잘 알려진 작은곰자리에 있고, 태양으로부터 약 520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사진 3. 백두, 한라라는 이름이 붙은 8 UMi 별과 8 UMi b 행성. ⓒ한국천문연구원
2022년에는 별 ‘WD 0806-661’과 외계행성 ‘WD 0806-661 b’에 ‘마루’, ‘아라’라는 한국 이름이 선정됐습니다. 지구로부터 약 63광년 떨어져 있는 외계행성계로, 하늘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한국 이름이 붙게 됐죠.
사진 4. 마루, 아라라는 이름이 붙은 WD 0806-661 별과 WD 0806-661 b 행성. ⓒ한국천문연구원
달과 행성들의 크레이터에도 한국 이름이!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구의 산과 바다에 이름이 붙어 있는 것처럼, 행성과 위성의 지형에도 모두 이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운석이 부딪혀 생긴 구덩이인 ‘크레이터(충돌구)’입니다. 특히 달은 수많은 크레이터가 있는 만큼, 이름이 붙여진 크레이터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총 1659개의 크레이터에 이름이 붙었는데, 최근에는 조선의 천문학자였던 ‘남병철’의 이름을 가진 크레이터가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경희대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이 달 뒷면의 특이한 자기장 특성을 보이는 크레이터에 이 이름을 제안했고, IAU의 심사를 받아 최종 결정됐다고 해요. 남병철은 조선 후기, 천문학을 담당하던 ‘관상감’이라는 기관에서 혼천의와 같은 여러 가지 천체 관측 기구의 제작법과 사용법을 정리한 책을 썼습니다.
사진 5. 조선 시대 천문학자 남병철의 이름을 딴 달 뒷면의 ‘남병철 크레이터’. ⓒ경희대학교, USGS
이외에도 화성에는 나주, 진주, 낙동강이라는 한국 지명이 붙은 크레이터가 있습니다. 또 수성의 크레이터에는 특별히 각 나라의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들의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요, 그래서 조선시대 문인이었던 정철과 윤선도의 이름이 붙은 크레이터가 있답니다. 반면 금성은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의 이름을 딴 행성인 만큼, 관련 지형에 각 나라의 신화 속 여신이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여성들의 이름이 붙습니다. 그래서 금성에는 사임당과 황진이라는 이름의 크레이터가 있죠.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는 ‘세레스’라는 왜행성이 있는데요, 세레스의 충돌구에는 ‘자청비’라는 한국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자청비는 농업을 주관하는 여신으로, 세레스의 이름도 로마 신화에서 농사와 곡식을 담당하는 여신인 케레스에서 따왔기에 같은 의미를 가진 이름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주의 천체들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 과학적 탐구의 결과물을 담고 있는 이야기의 조각들이랍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천체들은 계속 발견되고, 그에 맞는 아름다운 이름들이 붙여질 거예요.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이름들이 우주 곳곳에 더욱더 빛나길 기대해 봅니다.
※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4학년 1학기 국어 - 자랑스러운 한글
5학년 1학기 과학 - 태양계와 별
4학년 1학기 국어 - 자랑스러운 한글
5학년 1학기 과학 - 태양계와 별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감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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