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우주에서 약을 만들어 지구로 가져오는

최초의 ‘우주 약 공장’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는

2023년 6월 12일, 실험을 수행할 위성 ‘W-시리즈 1’을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어 지구 저궤도로 보냈습니다.

바르다의 목표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약을 만드는 것입니다.

약 90kg의 캡슐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이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리토나비르’ 결정을 바꾸는 연구가 진행됩니다.

키온 단독 또는 내온, 클라온과 함께 등장) 키온: 왜 굳이 우주에서 약 실험을 하나요?

지구에서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비용과 수고를 들여가면서

우주에서 약을 만들고자 하는 걸까요?

미세중력이 있는 우주 공간이 약을 만들기에

더 좋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미세중력이란, 중력이 없거나 아주 낮은 상태를 말합니다.

새로운 약을 만들 때는 단백질 결정화 작업이 핵심입니다.

단백질 결정화는 결정 접촉으로 단백질 분자를 안정시켜

규칙적인 배열을 만드는 과정이며, 의약품 대량 생산에 아주 중요합니다.

이렇게 고순도 물질이나 결정을 만들 때 중력의 영향을 덜 받으면

밀도 차이로 인한 대류와 침강이 발생하지 않아,

고순도 단백질 결정을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키온 단독 또는 내온, 클라온과 함께 등장) 키온: 우주에서 안정적인 약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거네요!

그래서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수많은 의약품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미국 제약사 머크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에서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머크는 우주정거장에서 수행한 연구를 통해

키트루다를 우주에서 만들면, 현재 쓰이는 정맥주사 방식보다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마이크로퀸도 2018년부터 우주정거장에서

새로운 난소암, 유방암 치료 후보물질을 연구 중입니다.

마이크로퀸은 암세포 내 단백질 ‘TMBIM6’를 조절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거나 확산을 막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스콧 로빈슨 마이크로퀸 CEO는 “시험관 속의 암세포는 단층이지만,

실제 걸리는 암은 3차원”이라며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암세포가

산소와 영양분을 얻는 과정의 3차원 모델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4월에는 스위스 우주 스타트업 스페이스파마의

미니실험실이 우주정거장으로 향했습니다.

신발 상자 크기의 미니실험실에서는 사람의 피부 세포를 이용해

우주여행이 피부 세포 및 조직 배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윌 브루이 바르다 CEO는 인터뷰에서

‘우주 약 공장’ 실험에 대해 “성공 확률은 90% 미만이지만,

동전 던지기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우주에서의 제조업은 차세대 거대산업”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우주에서 약을 만드는 산업 말고도

다양한 산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스타트업 ‘아트모스 스페이스 카고’는 우주에서 만든 약이나

연구 결과물을 지구로 안전하게 보내주는

화물 운송 캡슐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트모스 캡슐은 약 100kg의 화물을 실을 수 있고,

우주에서 각종 실험이나 제조가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또 지구로 복귀할 때 대기권을 뚫고 안전하게 회수될 수 있도록

열 차폐 장치와 낙하산도 탑재돼있습니다.

2019년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알레프 팜스'가

우주에서 자급자족할 식량을 만들기 위해 우주정거장에서

소의 세포를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세포를 채취해 우주에서 배양하고, 성장 인자와 혼합한 뒤

바이오 잉크로 인쇄해 실제 고기의 질감, 풍미를 지닌

육류 대체품을 생산해내는 중입니다.

이렇게 우주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라고 표기된 신약이

의료 시장에 어떤 지평을 열어줄지 기대됩니다.

KISTI의 과학향기에는

우주와 신약 연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KISTI의 과학향기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