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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VS수중미로

KISTI 과학향기 제1906호   2024년 06월 17일
자막
이 녀석은 제 반려 문어 사시미입니다

이 금고 안에는 사시미가 좋아하는 먹이가 들어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 안에 들어가려면

문어의 지능과 재주를 모두 동원해

아주 영리하고 민첩하게

이 아홉 단계에 걸친 수중 장애물 코스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뒷마당에 청설모 장애물 코스를 만들었을 때처럼

실험이 끝날 때쯤엔

제가 이 놀라운 생명체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어쩌다 이런 걸 만들게 됐는지 설명하려면

6개월 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 문어가 진짜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똑똑한지 확인하고 싶어서 반려 문어를 구해 왔는데요

우리 사시미를 크런치 랩스로 데려와서

바닷물과 유사한 물이 들어 있고

이상적인 바다의 모습을 한 수조에 풀어 놨더니

바로 집을 찾아가더라고요

문어가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지 알고 계신가요?

수조 안에 장난감이든 팔이든 뭘 넣기만 하면

바로 달려와서 그걸 만지고 교감하고 싶어 합니다

잠시 후 보여 드리겠지만

문어는 제 손을 비롯한 모든 물체에

잘 들러붙을 뿐 아니라

힘이 완전 장사예요!

왜 이렇게 안 떨어져?

다리의 빨판으로 저를 탐색하며

냄새나 맛, 색깔 같은 정보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몇 주도 안 돼서

장난꾸러기 사시미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수조 위로 올라가

촉수 네 개를 제트류에 맡긴 채 흔드는 모습은

자동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강아지 같았죠

심지어 캐치볼도 할 수 있고

카메라를 볼 때마다 셀카 찍는 포즈를 취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장난감 잠수함을 넣어 주면

매번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더라고요

조사를 좀 더 해 봤더니 사람들은 매년 1억 마리의 문어를

식재료로 쓰거나

반려동물 가게에서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사실 그 문어들은 모두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양식으로 키운 녀석들은 없다고 합니다

가슴이 철렁하더라고요

갑자기 제가 '니모를 찾아서'의 악당이 된 것 같아서요

그런 나쁜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크런치 랩스의 모든 팀원이 사시미를 사랑하게 됐지만

이것저것 알아보고 사시미를 샀던 가게에 물어본 결과

사시미가 잡힌 바다가 어딘지 알게 됐죠

그런데 이대로 보내 주기엔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는 경험이 부족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장애물 미로를 통과하는 법을 터득하면

바다에 가서도 어린 시절에 먹이를 사냥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잘 적응하겠구나 하고 걱정 없이 보낼 수 있겠다 싶었죠

가장 먼저 몇 가지 과제를 줘서

실제로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행동을 관찰했는데

이 녀석이 아주 다재다능하더라고요?

참고로 색깔과 형태를 바꾸는 능력은

다른 동물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잘 보세요

지금 앞에 보시는 영상에 문어가 숨어 있는데

어디 있는지 아시겠어요?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이 영상을 천천히 되감아 보면

정말 빠르고 그럴싸하게 형태와 색깔을 바꾼다는 겁니다

단순히 자기 보호를 위해 위장만 하는 게 아니라

장어처럼 자기보다 몸집이 더 큰 포식 동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여기 우리 사시미나 이 문어를 보시면

참 기발한 형상을 하고 어딘가 서둘러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죠

문어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어는 특정 사람을 알아보고

그 사람이 수조 옆을 지나갈 때마다

물을 쏜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옷을 바꿔 입어도 알아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문어는

조명이 꺼질 때까지 그 조명 스위치를 향해

반복해서 물을 쏜다고 하네요?

밤중에 수조에서 탈출해

자기가 있는 방을 탐색하려고 하는 문어 이야기도 드물지 않죠

또 옆 수조에 먹이를 뺏으러 갔다가

다음 날 능청스럽게 자기 수조로 돌아오는 문어도 있어요

한두 달쯤 관찰하다 보니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고

2단계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도 준비됐습니다

수많은 회의를 거친 후

캐드, 3D 프린터, 레이저 절삭기로

마침내 이걸 완성했죠

아홉 개의 장애물을 모두 통과하면

황금 금고가 나옵니다

사시미가 금고 문을 열기만 하면

제일 좋아하는 새우를 무려 1kg이나 먹을 수 있습니다

새우를 제일 좋아한다는 건 실험으로 알게 됐는데요

네 가지 메뉴가 나오는 수중 해산물 뷔페를 차려 주고

그걸 일주일 동안 네 번 반복했더니

매번 새우의 향기에 홀린 듯이 달려들더라고요

하지만 새우를 먹으러 가는 길은

꽤 멀고 험난합니다

그럼 첫 번째 장애물인 '위로 아래로'부터 살펴볼까요?

우선 이 벽 아래 있는 돌무더기를 뚫고 지나가면

다음에는 둥둥 떠 있는 공들을 헤치고

위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포털처럼 생긴 둥근 녹색 문을 통과하면

이렇게 네 개의 판이 달린 회전문을 만나게 됩니다

회전문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녹색 문을 통과하면

바로 이렇게 생긴 벽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여기가 큰 난관인데

만약 이 블록을 밀어서 통로를 지나갈 수 있다는 걸

알아내기만 한다면

위로 올라가서 다음 단계에 도전할 수 있죠

여기서부턴 섬세한 신체 컨트롤을 요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한 단계 더 높아집니다

이 레버를 잡고 돌려서

여기 보이는 홈에 맞추면 레버가 아래로 빠지고

공들도 따라 나오죠

그러면 관을 통과해 위로 올라갈 수 있어요

하지만 위에 도착하는 순간 갇힐 겁니다

나가는 통로가 이 빨간 문으로 막힐 거거든요

그런데 여기 보이는 비상 탈출 버튼을 누르면

이 유리 균형추가 밀렸다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빨간 문이 다시 열릴 거고

그다음에는 제가 제일 기대하는

'바깥 구경' 장애물이 나옵니다

사시미가 이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육지에서 1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뽐내며

물 위로 기어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또 통로가 나오는데 힘 좀 보충해야겠죠?

그래서 팻 거스 뒤에 새우 한 마리를 붙여 뒀습니다

청설모 미로 코스 중에 나왔던 '사진 한 방'과 비슷하죠?

일부러 간식을 놓아두고 먹는 순간 사진을 찍어 줬죠

이건 '메두사' 코스입니다

왜냐하면 사시미가

다리가 모이는 가운데 부분에 있는 입으로 새우를 먹을 때

팻 거스의 땋은 머리가 멋지게 찰랑거리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기분 전환도 했겠다

이제 힘내서 여덟 번째 단계로 넘어갈 차례인데요

잘하면 여기서 끝낼 수 있어요

이렇게 작은 것부터 아주 작은 것까지

구멍이 여섯 개 있는데

만약 쉬운 길을 택해서 그나마 덜 작은 구멍을 타고 내려가면

복잡한 미로를 통과해야 하지만

제일 작은 구멍으로 내려가면

출구가 나오거든요

어떻게든 끝까지 통과한 다음

마지막으로 금고 문을 여는 문제만 해결하면

무제한 해산물 뷔페를 즐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촉수를 능수능란하게 쓸 줄 아는 문어로서

자기가 자란 조수 웅덩이가 있는

바다로 돌아갈 준비도 끝나는 겁니다

점검을 마쳤으니

이 볼 밸브를 열기만 하면 시작이에요

신선한 새우 냄새가 수조로 흘러 들어가자

사시미는 다리가 여덟 개인 검투사가 되어

바닷속 콜로세움으로 입장합니다

메인 수조에 들어간 사시미는

잠시 미로의 경계를 더듬어 보는 듯하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입구를 찾아 들어갔지만

그러고 나선 가만있었죠

그다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눈치였어요

하지만 신선한 생새우가 풍기는 냄새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마침내 여기저기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시미가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대신에 천천히 기어다니면서

다리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한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잠시 후 첫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사실 첫 번째는 맛보기였는데요

그동안 사시미를 관찰하면서

모래를 파고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걸 잘하고

수관으로 물을 내뿜어서 돌멩이를 치우는 것도 봤거든요

떠 있는 공들은 더 쉽게 통과했습니다

빠져나온 다음엔 다리를 여기저기 뻗어서

나가는 길을 꼼꼼히 탐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야생에서 문어의 다리는

작은 틈까지 비집고 들어가 냄새와 맛을 느끼고

곧 영상에도 나올 테지만

심지어 보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식은 죽 먹기였지만

회전문을 통과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건

훨씬 어려운 관문일 것 같은데...

그래

그런 방법도 있다 이거지?

전 이때부터 사시미랑

진짜 두뇌 싸움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기분은 마치 청설모들이

제가 만든 흔들리는 밧줄 다리를 기어서 건너지 않고

한 번에 점프해 버렸을 때랑 같아요

왜 그걸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이 영상을 보시면 문어가 배에서 탈출하고 있는데

몸에서 유일하게 딱딱한 부분인 입보다 큰 공간이 있으면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답니다

되감기를 해 볼게요

사시미의 입은 바로...

여기 보이시죠? 그리고

이 부분은 큰 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관이 다 몰려 있는 몸통입니다

여기에 뇌, 위, 아가미, 신장

먹물주머니, 수관

세 개의 심장도 들어 있죠

문어의 특징 중 하나는 피가 파란색이라는 건데

구리 성분이 많아서

춥고 산소가 적어도 잘 살 수 있습니다

다리가 잘려도

원래 다리랑 완전히 똑같은 모양으로 다시 자라나죠

이제 블록을 밀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들어가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 것 같네요

하지만 타고난 호기심으로 해결하는데요

보시면 다리로 물체의 표면을 느낄 뿐 아니라

이걸 밀고 당기면서 움직임을 확인하죠

그래서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빨간 블록이 쉽게 밀려나면서 길이 뚫렸고

공들이 있는 위로 올라갑니다

이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첫째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거든요

둘째는, 벽은 아무리 밀고 당겨도 소용없으니까요

한동안 방법을 찾으려고 씨름했지만 소득은 없었고

결국 지쳤는지 바닥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잠시 쉬면서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죠

이 장면만큼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기를 잘 보라는 듯이 절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다리 하나를 위로 뻗더니 레버를 살짝 비틀었고

공들이 밑으로 빠져나오자

빈 관을 통과해서 위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제가 문어에 관한 사실 중

가장 좋아하는 걸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바로 문어는 지구에서 가장 지적인

외계 생명체에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죠

이건 이해하기 쉽게 만든 진화 계통도입니다

지구상 생명체들 간의 연결 관계와 진화의 순서를 알 수 있죠

어떻게 아냐고요?

성실한 과학 탐정이 돼서 단서를 찾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몇백 년 전의 과학자들은

인간에겐 일곱 개의 목뼈가 있고

기린도 그렇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뿐 아니라

고래, 쥐, 코끼리 사자, 말, 박쥐까지도요

그걸 단서로 그 동물들은 조상이 같고

포유류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목뼈만 같은 게 아닙니다

팔뼈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비교해 보세요

이건 인간이고 이건 박쥐

이건 닭, 이건 거북 이건 돌고랩니다

작지만 유익한 변이가 수백만 세대를 거쳐

이런 후손을 만들어 낸다는 게 멋지죠?

이제는 지난 40년간 개발해 온 유전체 분석 기술로

서로 다른 종의 DNA를 비교해서

과거의 발견이 정답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기술을 활용해

우리 인간과 문어가 무엇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는지 알아보려면

약 5억 년 전에 살았던

편형동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똑똑한 동물들은

모두 이쪽에 분포돼 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돌고래부터 개, 돼지, 말, 인간

심지어 새, 공룡, 물고기까지요

이들의 지능과 사고방식은 서로 연관돼 있습니다

아까 제가 보여 드린 팔뼈처럼요

하지만 문어의 지능은

이쪽에 분포된 동물들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다르게 발달했습니다

마치 다른 행성의 외계 생명체 같죠

그래서 우리랑 그렇게나 다르게 생긴 겁니다

문어는 신경세포를 고양이의 2배만큼 가지고 있는데

이쪽에 분포된 동물의 신경 세포는 뇌에 집중돼 있지만

문어의 뇌에는 전체 신경 세포의 3분의 1만 있고

나머지는 다리에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리로 냄새와 맛을 느낄 뿐 아니라

각각 따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죠

만약 다리가 잘리더라도 그 다리는 빛을 감지해서

주변과 비슷하게 위장할 수 있습니다

그건 마치 눈을 감고 방에 들어가서 벽을 만지고

손을 그 색으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여덟 개의 독립된 작은 뇌와 중앙의 큰 뇌가 있다는 건

외계의 지적 존재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특징입니다

그사이 사시미가 비상 탈출 버튼까지 갔고

미로의 반을 통과했습니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다리를 동원해 주변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빨간 문을 만지자마자 제 속임수를 알아냈다는 듯이

바로 버튼을 눌러서 추를 떨어뜨렸고

문이 열리자

제가 제일 기대하는 '바깥 구경'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이번에도 어려워해서 내심 흐뭇했는데요

꽤 오랫동안 다리로 여기저기 탐구하고 분석하더니...

결국 위로 나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나 봅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사시미는

바로 도전했고, 위로 올라가서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걸로 문어의 또 다른 능력이 증명됐습니다

물 밖에서 1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 능력인데요

바로 이렇게...

저거 봐! 저 문어가 게를 먹고 있어!

문어가 조수 웅덩이 주변 동물 중에서

사냥꾼으로 유명한 이유입니다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니

'메두사' 코스에서 간식 먹을 자격은 충분하겠죠?

제가 바란 대로 사시미는 새우를 발견했고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습니다

입을 중심으로 다리가 사방으로 퍼져서

팻 거스의 헤어스타일이 다양하게 보이죠?

자연스럽게 날리는 모래 빛깔의 금발 머리였다가

나중에는 어두운색의 올림머리로 바뀌었어요

문어가 이처럼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데는

네 가지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로, 문어의 피부는 아주 작은 색소 세포로 뒤덮여 있는데요

검정, 빨강, 노랑 색소가 들어 있고

근육으로 각 세포를 풍선처럼 부풀려서

원하는 색상 조합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아래층에는 홍색소포가 있어서

특정 파장의 빛을 튕겨 내면

공작이나 딱정벌레처럼 무지갯빛 파란색으로 보이죠

아래로 한 층 더 내려가면

주변광을 반사하는 백색소포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문어는 근육으로 된 돌기를 이용해

피부를 울퉁불퉁한 질감으로 바꿀 수 있죠

이런 걸 0.2초, 그러니까

눈 깜박하는 시간보다 빠르게 해내는 걸 보면

동물계의 진정한 변신의 귀재라고 인정해 줘야겠죠?

이번 단계는 미로입니다

보시다시피 제일 큰 구멍을 선택했고

미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사실 너무 사시미다운 선택이라 전 좋았어요

어쨌든 꽤 오랫동안 미로를 돌아다니면서

막힌 길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 보더라고요

그러다 포기하고 벽 위로 가로질러 가 버렸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동 실격이지만 너그럽게 봐주기로 했어요

드디어 황금 금고에 도착했네요

한 달이 넘는 장애물 훈련 끝에 스스로 해낸 겁니다

그리고 자석에 끌리듯 곧장 달려가서

문을 통째로 잡아 뜯은 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새우 더미 안에서

모진 고생 끝에 얻은

달콤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사시미가 만찬을 즐겼으니

여기서 제 계획을 마무리하고

'니모를 찾아서'처럼 행복한 결말을 선사하기 위해

차로 8시간을 달려서 사시미가 자란 바닷가로 갔습니다

전 사시미가 저와 함께 열심히 훈련했던 경험을 잊지 않고

바다에 나가서 먹이를 사냥할 때

그 경험을 분명히 잘 활용할 거라고 믿습니다

전 슬프면서도 기뻤는데요

제가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사실이 한 가지 있답니다

바로 문어의 수명은

1년 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인데요

암컷 문어는 알을 낳고 나면 그때부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을 때까지 알들을 보살피고 주위를 감시한다고 합니다

그럼 결국에는 사시미도 자신의 어미처럼

이 조수 웅덩이의 굴 어딘가에서

조만간 그 변화무쌍한 진화 계통도를

한 세대만큼 확장해 줄 겁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문제를 잘 푸는

슈퍼 지능의 새로운 종이 생겨날지도 모르죠
번역자: KISTI
영상: Mark Rober
출처: https://youtu.be/7__r4FVj-EI?si=kO3Lj0YzDWr7mck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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