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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섭취 허용량의 과학적 기준은?

<KISTI의 과학향기> 제30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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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에 이어 ‘구충제 닭고기 파문’까지 최근 들어 식품 안전에 관련된 대형 이슈들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항상 등장하는 용어가 있으니 바로 ‘1일 섭취 허용량(ADI)’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카메라 앞에서 마치 녹음기를 튼 것처럼 “1일 섭취 허용량 이하의 안전한 수준이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라고 매번 들려주는 바로 그 기준치다.
 
도대체 1일 섭취 허용량이 무엇이기에 전문가들이 앞다퉈 안전하다고 말하는 데 이용하는 것일까.
 
매일 먹어도 부작용 없을 정도의 하루 섭취 한도량
 
1일 섭취 허용량을 의미하는 ADI는 ‘Acceptable Daily Intake’의 약자다. 사람이 평생 동안 매일 먹어도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하루 섭취 한도량’을 가리킨다. 보통 mg/kg이나 ppm(parts per million)이란 단위로 표시한다.
 
196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개최한 ‘국제 식품첨가물 세미나’에서 1일 섭취 허용량을 처음 채택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물질에 따라 ‘독성학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일으키지 않은 양’을 정해 이를 1일 기준 단위로 표시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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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독성물질 용량에 따른 반응 그래프. 출처: wiki.ubc.ca
 
1일 섭취 허용량은 주로 농약이나 식품첨가물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의 허용량을 정할 때 사용한다. 어떤 물질에 대해 양을 정하지 않고 그냥 먹게 되면 사람에게 유해할 수 있지만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소한의 양을 정해 섭취를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아무리 허용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농약이나 화학물질처럼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을 섭취해도 좋다고 허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독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위스의 파라켈수스(Paracelsus)가 한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모든 물질은 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용량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즉 물질의 독성은 그 양에 따라 결정되므로 물질별로 먹어도 안전한 양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물질의 독성은 동물 실험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실험동물을 이용한 독성 평가 시험을 거치고 나면 다음과 같이 용량에 따른 반응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이 그래프를 보면 특정한 값 이하의 양에서는 전혀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유해한 영향이 관찰되지 않는 화학물질의 최대 섭취량을 ‘최대 무독성량(NOAEL)’이라 한다. 최대 무독성량이 나왔다고 해서 이를 다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동물보다 면역력이 약하므로 최대 무독성량을 ‘안전계수’로 나눈다. 이렇게 나온 값이 바로 1일 섭취 허용량이다.
 
여기서 안전계수는 1/100이다. 동물과 사람 간의 종간 차이를 고려해 허용량을 1/10로 줄이고 또한 사람과 사람 간의 개인 차이까지 고려해 다시 1/10로 줄인 것이다.
 
예를 들어 체중 1kg인 쥐에게 500mg까지 화학물질을 섭취시키는 것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 500mg×0.01인 5mg/kg이 1일 섭취 허용량이 된다. 물론 체중을 고려해야 하므로 몸무게가 50kg인 사람이라면 여기에 50을 곱해 250mg으로 환산할 수 있다.
 
1일 섭취 허용량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찬반 논쟁
 
1일 섭취 허용량이 최근 들어 언론의 주목을 끈 이유는 계란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살충제 성분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검출된 살충제 성분이 피프로닐,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총 5종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5가지 살충제의 독성과 계란 섭취량, 그리고 검출량 등을 고려해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검출된 살충제 모두 인체에 미치는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아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해성 평가란 어떤 오염물질 또는 독성물질에 인체가 노출됐을 때 유해한 정도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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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식품첨가물의 1일 섭취 허용량에 도달할 정도의 식품 섭취량. 출처: 식품의약안전처
 
식약처 관계자는 “검출된 5종 살충제에 대한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 평생 동안 살충제가 최대로 검출된 계란을 매일 먹는다 해도 건강상에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가장 많이 검출된 비펜트린의 경우라도 1일 섭취 허용량인 0.01mg/kg을 고려했을 때 평생 동안 매일 계란 36.8개를 먹어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발표만 놓고 보면 평생 동안 매일 계란을 36.8개 이상씩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1일 섭취 허용량의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서식스대 과학정책과 교수이자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의 저자인 에릭 밀스톤 박사는 1일 섭취 허용량의 개념이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상업적 성격이 강하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밀스톤 박사는 mg/kg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다 보니 1일 섭취 허용량이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1일 섭취 허용량은 리스크의 범위를 나타내는 값이 아니라 허용 범위를 설명하는 값인데 여기서 ‘허용 범위’란 사회적이고 규범적이며 상업적인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1일 섭취 허용량에 대한 현재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납득은 잘 안되지만 그렇다고 달리 설명할 길도 없는 보편적인 개념’으로 보인다. 1일 섭취 허용량은 완전한 안정성을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약이나 화학물질이 입힐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호막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신뢰’라 할 수 있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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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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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네요. 최소한의 보호막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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