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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의 흔적 eDNA로 깊은 바다생태계 연구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29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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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종은 얼마나 될까? 현재 과학자들은 전 세계 생물종 수가 적게는 1000만 종에서 많게는 1억 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류가 확인하고 기록한 종은 170만 종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종보다 모르는 종이 훨씬 더 많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과학자들은 해양생태계 연구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1993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생물학자 게리 푸어 박사와 조지 윌슨 박사는 바다 생물종 수가 1000만 종을 넘을 것이라는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바다 생물종 수만 하더라도 오늘날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최소 생물종 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란 어렵다. 머나먼 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는 우주탐사처럼 광활한 바다에서 해양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육지생물과 달리 해양생물을 찾기 위해서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생물을 관찰하거나 잡아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 가운데 개발된 eDNA 분석 기술은 해양생명체 연구에 큰 희망으로 떠올랐다. 환경DNA라는 뜻을 가진 eDNA는 동물들이 자신들의 세포와 피부 조직, 그리고 배설물에 남겨두는 DNA를 말한다. 현장에 남겨진 모든 정보를 토대로 사건을 밝혀내는 과학수사처럼 특정 지역에서 수집한 eDNA를 이용하면 그 지역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eDNA 분석 기술 역시 육지나 강, 얕은 바다의 생태계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깊은 바다에서는 바닷물의 흐름이 매우 복잡해 정확한 분석이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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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몬테레이만에서 바닷물을 채집하고 있다. 출처 : Collin Closek

지난 4월 25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수심 2km 이상 깊은 바다에서 eDNA를 검출해냈다는 연구결과였다. 이제 깊은 바다에서도 e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 해양생태계를 조사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였다.
 
연구팀은 ‘해양생물의 보고’라고 불리는 몬테레이만에 위치한 10개의 관측소에서 바닷물을 수집했다. 연구진은 각 관측소별로 바닷물을 수집하는 깊이도 달리했는데, 가장 깊은 곳은 2432m까지 장비를 내려 바닷물 샘플을 채집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바닷물을 실험실로 가져가 eDNA를 분석했다.
 
eDNA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팀은 채취한 바닷물에서 상어와 혹등고래, 코끼리바다표범, 볼락, 해양 어류 등 총 72종의 척추동물을 찾아냈는데, 수심이 얕은 바다일수록 생물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심 183m를 기준으로 이보다 얕은 곳에서는 개복치와 연어, 해마와 같은 생물의 DNA가 발견됐고 183m보다 깊은 바다에서는 돌고래와 바다빙어 등의 DNA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제 깊은 바다에서도 eDNA를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잠수정을 이용해 사람이 직접 심해로 내려가 생물을 직접 관찰하거나 생물을 잡아서 분석하지 않더라도 광활한 바다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해양생물의 종류와 분포현황 등을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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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들이 몬테레이만에서 채집한 바닷물에서 eDNA를 분석하고 있다. 출처 : Collin Closek

스탠퍼드대 도시환경공학과 보엠 교수는 “바닷물만으로 eDNA를 분석하는 기술은 생물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데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eDNA를 수집하는 방법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드넓은 바다 곳곳에서 생물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다. 또 이를 이용하면 시간과 계절에 따라 생물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손쉽게 연구할 수 있으며 지형에 따른 생물다양성 변화와 연간 변화 등을 기록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편 해당 기술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분석 오류로 생물종을 잘못 판단할 수도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eDNA를 충분히 얻기 위해 바닷물을 수집하는 효과적인 방안도 찾아야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사람들의 활동에 의해 생물의 보고인 바다에서 멸종 위기종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은 현재 2270여 종의 해양생물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멸종 위기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데만 1년에 900조 원 가량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바닷물만 퍼서 생명체의 eDNA를 분석하는 기술은 멸종 위기종을 확인하고 그 분포를 감지해 해양생물의 멸종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 박응서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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