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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장비의 과학

<KISTI의 과학향기> 제3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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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인 방송에서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것이 바로 캠핑이다. 자연 속에서 얼마 안 되는 장비로 밥과 간식을 해 먹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준다. 그에 따라 실제로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도 늘어나면서 캠핑 장비도 많이 팔리고 있다. 캠핑 장비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캠핑 장비 속에 숨은 과학은 일기 형식을 통해 알아보자.

2019년 12월 0일 새벽 5시 날찌: 흐림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캠핑을 떠나는 날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모 TV 광고가 떠올라 큰맘 먹고 고가의 텐트도 질렀다. 설레서일까. 마치 소풍가기 전날 밤의 초등학생처럼 잠을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경기도 여주의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한적한 곳을 찾아 짐을 풀었다. 바로 옆에서 한 가족이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힐끗 살펴보니 캠핑카에 각종 장비까지 두루 갖춘 모습이 말로만 듣던 캠핑 고수임에 틀림이 없었다. “혼자 오셨나 봐요?”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사실 나는 텐트 하나를 고르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75D/폴리에스테르/차광피그먼트/UV코팅.’ 제품 대부분이 이처럼 암호 같은 문구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75D’는 텐트 원단을 만드는 원사(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수치란다.

실의 길이가 9000m일 때 무게가 1g이라면 1D(데니어), 무게가 75g이라면 75D로 나타내는 식이다. 길이가 같은데 더 무거운 75D는 1D보다 실이 굵다. 그래서 소형텐트나 경량텐트를 만들 때는 얇은 실을, 대형텐트나 튼튼한 텐트를 만들 때는 두꺼운 실을 쓴다고 한다.

텐트에 많이 쓰이는 원단에는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아미드(나일론)가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폴리에스테르는 습기에 강할 뿐 아니라 잘 찢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더러움이 잘 타고 정전기가 잘 생기는 단점이 있다.

“반면 폴리아미드는 폴리에스테르보다 탄력성이 좋고 강도가 높아요. 하지만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을 경우 수분을 흡수하죠.” 극성 부분인 아미드기(-CONH)가 물과 수소결합하기 때문이다. 보통 폴리아미드는 상온(20˚C), 상대습도 100%에서 중량의 약 9%까지 수분을 흡수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폴리아미드에서 비극성부분인 메틸렌기(-CH2)는 높이고 아미드기의 농도를 상대적 줄였다고 한다.

또 최근 나온 제품은 텐트 표면에 ‘차광피그먼트’ 코팅을 해 내부로 투과되는 태양빛도 줄일 뿐 아니라 UV코팅을 해 자외선까지 차단한다는 아저씨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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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캠핑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캠핑 장비도 혁신적으로 발전해 왔다. (출처: shutterstock)

2019년 12월 0일 오후 3시 날씨: 흐림
“좋은 폴을 구입하셨네요.” 텐트의 뼈대 역할을 하는 폴을 조립하는 동안 아저씨는 폴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산 폴은 알루미늄에 구리와 마그네슘을 첨가해 만든 ‘두랄루민 폴’이라고 했다. “두랄루민의 강도는 철과 비슷하지만 무게는 철의 약 3분의 1로 훨씬 가벼워요.”

갑자기 아저씨가 폴을 부러트릴 기세로 구부렸다. 깜짝 놀라자 아저씨는 하하하 웃으며 “두랄루민은 탄력성이 좋아 이렇게 U자 모양으로 휘어도 부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 두랄루민은 비행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레저용품에도 많이 쓰인다.

아저씨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폴을 사용하고 있었다. “FRP는 철보다 강하지만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탄성력도 좋아요. 불포화 폴리에스테르나 에폭시수지에 지름 0.1mm 이하로 가공한 유리섬유를 덧씌워 만들기 때문이죠.” 아저씨는 “불포화 폴리에스테르나 에폭시수지는 FRP의 강도를, 유리섬유는 유연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2019년 12월 0일 오후 5시 날씨: 소나기
후두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하기 위해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아저씨는 “캠핑을 하다 보면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비가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타프는 준비 안 하셨나 봐요?” 사실 그때까지 난 타프가 뭔지 몰랐다. “타프는 텐트 위에 치기도 하고 텐트 주변에 설치해 조리공간이나 활동공간을 확보하는 데 쓰는 일종의 천막이에요. ‘타폴린(Tarpaulin)’의 약자로 방수가 되는 천이란 뜻이죠.”

본래 타폴린은 돛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하고, 비가 올 때 갑판을 덮는 섬유에 방수를 하기 위해 기름 성분인 타르(Tar) 칠을 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최근에는 섬유에 방수능력이 있는 합성섬유 수지를 코팅해 타폴린을 만든다.

“대부분의 텐트나 타프는 폴리우레탄으로 코팅해 방수능력을 높여요. 텐트나 타프에는 ‘내수압 3000mm’와 같은 표기가 있는데, 내수압이란 텐트나 타프에 쓰인 원단의 방수능력을 알려주는 수치예요.” 지름 10mm의 원통을 원단 위에 세운 뒤 안쪽으로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물기둥의 높이를 재 내수압을 측정한다. 내수압 3000mm의 제품은 텐트 위에 높이 30cm의 물기둥을 세워도 물이 새지 않는 셈이다.

빗줄기가 굵어지는 것 같아 잠시 나가봤다. 비가 텐트에 닿자마자 구슬처럼 주르륵 흘러내린다. 테플론으로 한 번 더 코팅한 덕분이다. 테플론은 듀폰(Dupont)사가 만든 제품 이름으로 프라이팬에도 쓰인다. 테플론으로 프라이팬 바닥을 코팅하면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는다. 텐트와 타프도 테플론으로 코팅하면 표면 저항이 작아져 빗방울이 고이지 않고 흘러내린다. 다시 들어와 텐트 안에 누웠다. 마음이 한결 놓여서일까. 빗소리마저 경쾌하게 느껴진다.

글: 이준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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