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바로가기

줌 인 버튼 줌 아웃 버튼

FUNNY 과학

FUNNY

외과 수술을 가능하게 한 마취

<KISTI의 과학향기> 제270호
[050401]1

가문의 적 로미오를 사랑하게 된 14살의 줄리엣은 억지 결혼을 피하기 위해 로렌스 신부에게 42시간동안 가사 상태가 유지되는 약을 받아 마신다. 세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내용이다. 줄리엣은 어떤 약을 먹었던 것일까? 혹시 마취제? 소설은 줄리엣이 먹은 약을 ‘숨이 멎고 피가 차갑게 식은 상태에서 42시간을 죽은 듯 자게 되는 약’이라고 설명한다. 줄리엣의 상태는 현대 의학에서 사용하는 전신 마취와 일견 유사하지만 확실히 다르다. 아마 줄리엣이 마신 약은 마취약이 아닌 소설 속에만 나오는 약일 것이다. 전신마취는 ‘죽은 듯 보이는’ 상태는 유사하지만 체온, 호흡, 심장 박동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보통 외과 수술에서 사용되는 전신마취는 환자의 팔 정맥에 약물을 주사해 의식을 잃게 만드는 정맥 마취를 실시한 뒤 산소와 마취 가스를 섞어 호흡기에 투여하는 흡입 마취로 이어진다. 마취제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이산화질소·산소·할로탄 등의 혼합가스. 기도를 통해 들어간 마취제가 일정량 뇌에 전달되면 마취 상태가 지속된다. 수술이 끝날 즈음 마취 가스의 농도를 옅게 하고 순수한 산소를 공급하면 마취제 농도가 떨어져 서서히 깨어나게 된다.



인류는 고대 사회부터 자연의 산물을 이용해 마취 효과를 누려왔다. 고통을 멈추게 하기 위해 히오스속, 양귀비, 만다라화, 대마 등의 식물을 달여 마셨던 것이다. 알코올 역시 흔히 애용된 마취제였다. 마취가 의술에 사용된 사례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면술이나 동양의학의 침술 등도 마취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마취효과를 통해 통증을 다스렸지만, 의학에 적용된 시기는 1847년에 이르러서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마취가 유지되고 깨어나는 시간, 즉 마취의 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까지도 마취제의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일은 숙련된 마취 전문 의사의 경험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 마취의 양을 정하기 어려운 것은 환자의 유전적인 특질이나 신체 상황, 먹은 음식물 등에 따라 효과가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 예를 들어 환자가 감자, 토마토, 가지, 무 등 마취제 작용을 지연시키는 음식물을 먹었다면 마취제를 분해하는 효소가 활성화되지 못한다. 이들 음식에는 곤충이나 곰팡이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살충 물질인 SGAs(솔라내슈스 글리코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마취 효과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알고 있는 봉숭아물을 들이면 마취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인류가 원시적으로 사용한 마취제의 원료를 살펴보면, 양귀비·대마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약류의 원료와 일치하는 것이 많다. 양귀비에서 추출하는 모르핀은 진통 작용과 쾌감 작용을 동시에 일으키며 대마나 알코올 역시 환각 작용과 함께 어느 도의 통증 완화와 마취 증상을 일으킨다. 현대 의학에서 사용하는 마취제나 진통제 중에서도 상습, 과다 복용하면 일종의 환각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마취제가 가진 환각 작용을 악용한 사례가 나타나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말기 암환자에게 사용되는 진통제인 ‘데메롤’을 이용해 환각을 경험한 의사가 지난 2002년부터 상습적으로 이 약을 스스로 투여하고 진료는 물론 수술에 나섰던 것. 마취 유도제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상습 투약한 의사도 구속된 바 있다. 마취제 처방이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마취제는 또 대량 살상무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러시아 특수부대의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에서 인질 119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스는 초강력 마취제인 ‘펜타닐’과 ‘할로세인’의 혼합물이었다. 이들 마취제는 암환자를 위한 강력한 진통제나 심장병, 장기 이식 등 고난위도의 수술에 사용되어 온 것으로 마취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순간적으로 뇌의 활동을 정지시키기도 한다.



마취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인체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세우는 모험적인 일이다. 이런 마취를 의학의 힘을 통해 조율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 의학은 눈부신 발전과 인간 수명의 연장을 이뤘다. 주요 외과 수술과 장기 이식 등은 마취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취 매커니즘의 많은 부분은 수수께끼에 쌓여 있다.

마치 줄리엣이 마신 약이 어떤 약인지 모르는 것처럼.. (글-과학향기 편집부)

평가하기
이미란
  • 평점  

감자, 토마토, 가지, 무 등이 마취작용을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네요.

2009-04-14

답글 0

평가하기
이지민
  • 평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

평가하기
김민재
  • 평점  

본문 내용중에 표기법이 잘못된 것 같은 부분이 있어서 글 올립니다.
'고난위도의 수술에 사용되어 온 것' 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고난위도'가 아니라 '고난이도'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듯 합니다.

2005-05-14

답글 0

평가하기
강창훈
  • 평점  

태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내과수술이 아니라 외과수술 아닌가요?

2005-04-01

답글 0

평가하기
surgeon
  • 평점  

외과수술입니다.
KISTI에서 나온 내용인데, 좀 실망스럽군요. (아니면 의학상식에 대해 다들 잘 모르시는 건지... 그래도 실망스럽습니다.)

2005-04-01

답글 0

평가하기
이범석
  • 평점  

기사 중에서 철자, 맞춤법등이 틀리는 경우가 있어서 지적이 간간히 되곤 하는군요.

예전에 제가 글을 쓰다가 맞춤법 틀리게 쓴 것을 보고 국문학과 대학원 다니는 친구가 보고,지적해주고 자세히 설명해 주더군요.

글 쓰고 나서 국문학 전공한 사람에게 검토 한번 부탁드려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군요.

2005-04-01

답글 0

평가하기
그렇구나
  • 평점  

감자, 토마토, 가지, 무 등 마취제 작용을 지연시키는 음식물을 먹었다면 마취제를 분해하는 효소가 활성화되지 못한다.
-> 그럼 깨어나지 못하는 건가요?
음식물이 다 소화되어도 SGAs가 혈액속에 있으니까 못깨어 날것같은데..??

2005-04-01

답글 0

평가하기
임흥빈
  • 평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참 좋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다른 메일은 지나쳐도 과학향기는 꼭 읽습니다.
계속 수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5-04-01

답글 0

평가하기
과학향기
  • 평점  

강창훈 독자님 안녕하세요? 과학향기 입니다.
기사 수정에 좋은 의견 주신 점 먼저 감사드립니다. 본 기사의 본래 의도는 '외과수술을 가능하게 한 마취'에 관한 것 이었습니다. 본문에 내과수술이라고 표기된 것은 착오가 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학정보를 전달하므로 보다 신중한 기사 검토를 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보다 재미있고, 신선한 과학정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과학향기 언제나 많이 사랑해 주시고, 관심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5-04-01

답글 0

평가하기
과학향기
  • 평점  

안녕하세요? 과학향기입니다.
중요한 의견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본 기사의 의도는 처음부터 외과수술 시 마취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목도 '외과수술을 가능하게한 마취...'라고 했는데, 작가분께서 실수로 외과를 내과로 표기 하신 것 같습니다.

깊이 사과의 말씀 드리며,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잘못된 과학상식이 전달되지 않도록 신중히 검토했어야 했는데, 미흡했습니다. 수정에 도움을 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따뜻한 봄 만큼이나 행복한 일들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5-04-01

답글 0

평가하기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