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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도 동료를 돕는다, 동물의 이타적 행동

<KISTI의 과학향기> 제3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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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는 인간이 아닌 동물도 남을 돕는 이타적 행위를 하는 모습이 많이 관찰된다. 높은 곳에서 하늘을 관찰하며 매나 독수리 같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경계음을 알리는 미어캣, 사냥한 음식을 나누는 가족 및 친구와 나누는 침팬지, 위기에 빠진 동료를 구하는 돌고래가 그 예다.
 
이렇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를 희생하는 이타적 행동은 주로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에게서 나타난다. 인간도 전형적으로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동물이다. 아마도 안전과 보호를 위해 서로 뭉치게 됐고 이런 집단 생활에서는 도움을 주고 받아야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을 것이다. 또 서로 모여 있으니 내가 도와준 사람, 나를 도와준 사람을 기억하기 쉬워 내가 희생을 하면 나도 언젠가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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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미어캣은 집단의 구성원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릴 위험을 감수하면서 포식자를 정찰한다. (출처: shutterstock)
 
동료를 위해 내 이익을 포기하는 앵무새
 
그렇다면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에서는 이타적인 도움 행동이 있을 거라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포유동물 이외에 비포유동물에서도 이타적 행동을 관찰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앵무새다. 앵무새 역시 다른 앵무새와 함께 사는 집단 생활을 하는 종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연구소의 인지과학자들은 앵무새 중에서도 지능 수준이 매우 높은 회색앵무새와 푸른머리마코앵무새가 동료를 돕는지 실험했다. 먼저 연구자들은 새장 속의 앵무새들에게 동전 하나를 내면 견과류 하나를 받는다는 규칙을 가르쳤다.
 
앵무새들은 영리해서 규칙을 쉽게 익혔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앵무새들에게 아주 어려운 테스트를 하나 주었다. 바로 앵무새 한 마리에게만 동전을 주었는데, 이 동전으로 견과류를 받을 수 없게 했다. 다만 그 앵무새가 조그만 창문으로 옆 방에 있는 앵무새에게 동전을 건네주면, 동전을 공짜로 받은 앵무새는 그 동전으로 견과류를 먹을 수 있었다. 즉 동전을 받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다.
 
회색앵무새와 푸른머리마코앵무새 모두 연구자에게 동전을 받지 못한 새는 옆에 있는 동전을 받은 새에게 동전을 달라는 듯 울었다. 이때 푸른머리마코앵무새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지만 회색앵무새는 8마리 중 무려 6마리가 옆에 있는 앵무새에게 동전을 넘겨 줬다. 회색앵무새는 비록 자기가 견과류를 먹지는 못해도 동료 회색앵무새가 견과류를 먹을 수 있도록 희생했다!
 
더 재밌는 것은 회색앵무새는 꼭 피가 섞인 혈연이 아니더라도 동전을 줬다는 것이다. 이는 곧 회색앵무새가 인간과 거의 유사하게 ‘네가 도움을 줬으니 나도 도움을 줄게’라는 상호적인 이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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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실제 실험 모습. 동전을 받은 앵무새가(오른쪽) 동료에게 동전을 건네고 있다(왼쪽). 출처: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집단 생활이 이타적 행동이 나타나는 전제조건
 
연구자들은 회색앵무새는 상호적인 이타성을 발휘하지만 푸른머리마코앵무새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이유를 집단의 규모에서 찾았다. 회색앵무새는 커다란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만 푸른머리마코앵무새는 상대적은 작은 무리를 지어 산다. 그렇기 때문에 회색앵무새 집단에서는 더욱 광범위하게 협력하는 행동이 이뤄졌을 것이고 누구 내 가족인지 구별하는 것보다는 일단 돕는 게 더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을지 모른다.
 
이렇게 동물에서 볼 수 있는 이타적 행동은 자연이 우리의 통념대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물론 맨 처음에 이타적인 행동이 나타난 것은 나의 생존을 위해서였겠지만 내가 그것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남을 돕는 것이 올바른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만 느끼면 그만이다. 그렇게 냉혹한 자연의 세계에서도 타인을 향한 배려는 탄생할 수 있다.
 
글: 이인호 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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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고맙습니다.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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