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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관절 ‘두둑’ 소리의 미스터리

<KISTI의 과학향기> 제3143호
180510손가락두둑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에는 주인공이 몸싸움을 앞두고 손가락 관절을 꺾어 ‘두둑’ 소리를 내며 기선을 제압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목 관절을 꺾어 뼈가 부러지는 듯한 큰 소리를 낼 때면 오금까지 저리다. 유년시절에는 너도나도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이 되겠다며 고사리 같은 손을 꺾어대기도 했다.
 
느와르 영화의 필수 소재인 이 소리는 오랜 시간 관심을 받았다. 한 번 ‘두둑’ 소리를 낸 후 평균 20분 이후에 또 소리를 낼 수 있고, 소리를 낼 때 관절 내부에서 하얀 섬광이 발견된다는 점까지 규명했다. ‘괴짜 과학자’에게 부여하는 상인 이그노벨상에서 2009년 의학상은 50년 동안 한쪽 손에서만 관절 꺾기를 해온 사람에게 돌아갔다. 관절 꺾기가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였다.
 
하지만 이 소리의 정체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70년이 넘은 소리 논쟁의 핵심은 손가락 관절 사이 활액(滑液)에 빈 공간(버블)이 생길 때 난다와 그 버블이 터질 때 난다, 두 가지 가설로 압축된다. 활액은 관절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윤활유이다.
 
 
손가락 관절albert university
사진 1. 손가락 관절 소리 실험을 하는 모습. (출처: alberta university) 
 
소리는 빈 공간이 생길 때 난다
 
우스갯소리로 넘길 법한 호기심의 실체를 실제로 규명하고자 과학자들이 나섰다. 손가락 관절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최초의 연구 결과는 캐나다에서 나왔다. 그레고리 카우척 캐나다 앨버타대 재활연구소 교수팀은 초당 3.2장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으로 손가락 관절 내부를 관찰, 그 결과를 2016년 미국 온라인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우선 연구진은 다섯 개의 손가락 모두에서 ‘두둑’ 소리를 낼 수 있는 참가자를 찾았다. 이후 참가자의 손가락을 케이블을 연결한 검은 튜브에 삽입한 뒤, 관절을 잡아당기며 MRI로 내부를 들여다봤다. 그러자 맞닿은 관절이 벌어질 때 0.3초 만에 틈이 생겼다. 활액이 이 틈을 채울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빈 공간으로 외부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그 순간, 두둑 소리가 났다.
 
카우척 교수는 “진공이 형성되는 과정과 유사하다”라며 “외부에서 공기가 밀려 들어오면서 소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1947년 처음 제시됐던 ‘관절 사이 빈 공간이 순간적으로 생성되며 나는 소리’라는 결론과 결이 같다. 오랜 논란이 여기서 종결될 것으로 생각됐다.
 
관절 MRI이미지알버타대
사진 2. 손가락 관절을 잡아당기기 전(왼쪽)과 후(오른쪽). 화살표가 관절에 생긴 빈 공간이다. (출처: alberta university)
 
아니다. 버블은 빈 공간이 붕괴할 때 난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반론이 등장했다. 2018년 3월 29일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는 버블이 생긴 뒤 부분적으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압둘 바라카트 프랑스 에코폴리텍대 교수팀은 밀리초(ms, 1ms는 1000분의 1초) 단위를 구현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손가락 관절이 벌어지는 상황을 구현했다. 손가락 내부에서는 수 밀리초 단위에서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MRI와 같은 첨단 생체 영상 장비라 하더라도 이 현상을 추적할 수 없다는 지적이 연구의 시발점이 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연구진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버블이 부분적으로 붕괴할 때 우리가 듣는 소리가 생긴다는 결론을 냈다. 버블 내부의 기체 일부가 주변 활액으로 빠져나간다는 의미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진은 버블이 절반 크기로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밀리초(0.01초)에 불과하다는 정보도 얻었다. 기체가 작은 구멍을 통해 빠르게 빠져나가는 만큼, 일부분만 붕괴해도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바라카트 교수는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음향과 실제 관절에서 얻은 음향을 비교한 결과, 두 파형이 매우 비슷한 형태를 띤다는 점까지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손가락 관절 소리 논쟁은 밀리초 단위를 관찰할 수 있는 영상 장비가 등장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의 단계는 손가락뿐만 아니라 다른 관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손가락 차원에서는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회전 관절인 무릎, 어깨 등에서는 부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우척 교수는 “MRI 분석 결과 손가락에서 ‘두둑’ 소리가 날 때 관절에 일시적으로 충격이 가해지지만, 여러 번 반복한다고 해서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다”라며 “관절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척추 등 다양한 관절 치료나 재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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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yhun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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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소식과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아멘.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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