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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해결할 구원 타자

<KISTI의 과학향기> 제3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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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은 실패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인류의 복지를 위한 궁극적인 목표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다른 산업과 달리 많은 단계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평균 15년의 시간과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까지 신약 개발은 바늘구멍 통과하기
 
신약 개발은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을 선정하고 이에 대해 활성을 가지는 화합물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수만 가지에 달하는 대규모 화합물 라이브러리에서 활성 여부를 하나씩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이렇게 검증한 신약 후보 물질은 쥐, 돼지, 영장류와 같은 동물에 투여해 효능과 부작용을 알아본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사람에게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다.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총 3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다.
 
미국 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FDA의 9,985건의 임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 1상부터 품목승인까지 전 과정을 통과할 확률은 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신약 개발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일이다.
 
임상시험의 경우, 그 과정과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해서 소요시간을 줄이기 어렵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첫 번째 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후보 물질을 기존보다 빠르고 값싸게 찾아낼 수 있는 다양한 스크리닝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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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신약 개발은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시판이 가능하다. (출처 : 한미약품)
 
나노이온소자로 빠르게 선별하는 신약 후보물질
 
2016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지승욱 박사팀과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김기범 교수팀은 신약 물질을 높은 효율로 선별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종양억제단백질과 발암단백질이 상호작용할 때, 발암단백질이 종양억제단백질의 암세포 사멸 기능을 저해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양억제단백질 ‘p53’과 발암단백질 ‘MDM2’ 간의 상호작용은 p53이 암세포를 억제하고 사멸시키는 것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막는 소형분자 화합물을 발굴하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새로운 표적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저해하는 항암 약물을 효율적으로 선별하기 위해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으로 이온의 흐름을 전기적으로 측정하는 ‘나노이온소자‘를 만들었다. 이 이온소자를 이용하면 생체분자가 나노이온소자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고유의 신호를 측정하여 단일분자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실험 결과 1회에 1ng(ng=10억분의 1g)의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약물의 효능을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기술보다 약 4500배 이상 뛰어난 효율이다.
 
이 연구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후보물질 선별 단계를 단축하면서 비용 또한 절감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초고감도 나노이온소자를 이용한 극미량 약물 탐색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4,500배의 시료량을 절약해 용해도가 낮아 시료 준비가 어려운 화합물이나 대량 확보가 어려운 천연물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찾을 때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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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나노이온소자를 이용한 Nutlin-3 의 MDM2-p53TAD 단백질 상호작용 저해 효과 분석. 나노이온소자의 통과신호 회복 효과를 통해 Nutlin-3 의 MDM2-p53 단백질 상호작용의 저해 활성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출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신약 개발 앞당길 나노바이오 전자센서
 
신약을 만들기 위해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탐색 기법은 모두 세포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세포 기반 탐색법은 시간과 경제적 효율성에서 한계가 있어 연구자들은 현재 신약 후보물질 선별 과정을 개선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센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2017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오석 박사와 서울대학교 박태현, 장정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나노바이오 전자센서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순도의 단백질을 신약 물질 검사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연구팀은 인간 중추신경계의 신경 전달 단백질인 ’도파민 수용체‘를 활용했다. 도파민은 파킨슨병, 치매 등의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신경전달 물질이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에 전기가 잘 통하는 고분자를 나노박막 형태로 코팅하고 이를 기판 위에서 도파민 수용체와 단단히 결합시켰다. 이렇게 결합한 도파민 수용체와 전도성 고분자 나노하이브리드는 마치 트랜지스터처럼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하는 물질이 있을 때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목표 물질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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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바이오 전자 센서. (출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러한 바이오 전자센서는 도파민 분자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도파민의 작용물질과 대항물질을 선택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다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정량적인 반응까지 확인 가능하기에 신약 분석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도파민뿐만 아니라 특이 질병에서 발견되는 물질에도 반응하는 센서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나노기술을 이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판별하는 방법이 상용화된다면,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신약 개발 산업이 성장할 미래를 기대해 보자.
 
글: 정시영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지원 :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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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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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센서에 대한 기사를 예전에 과학향기에서 읽은 적 있는 것 같아요. 그때도 신기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새삼 나노기술이 정말 다양한 곳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군요. 나노기술을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 같은 건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요?

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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