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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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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파이낸셜타임스가 구글이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다. 기사에서는 구글이 ‘시커모어’라는 이름의 양자컴퓨터 칩을 만들었으며, 이에 대한 문건이 미국항공우주국(NASA) 사이트에 게재됐다가 삭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시커모어는 난수(일정한 규칙 없이 임의로 나타나는 수)를 만든 뒤 이 수가 난수가 맞는지를 증명하는 단순한 컴퓨터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난수 증명 계산을 시커모어는 단 200초(3분 20초)만에 해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은 ‘양자 우월성’에 최초로 도달했다는 뜻이다.
 
구글과 함께 양자 컴퓨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IBM은 “구글의 결과는 훌륭한 사례지만, 해당 계산은 현존 슈퍼컴퓨터로도 2.5일 이면 풀 수 있기에 양자 우월성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 하지만 10월 23일, 존 마르티니스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가 이끄는 구글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정식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내용도 전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자역학의 중첩성과 얽힘 특성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
 
그렇다면 모두를 놀라게 한 ‘양자컴퓨터’란 무엇일까. 현재 우리가 쓰는 디지털 컴퓨터는 비트 하나에 0 또는 1만 담을 수 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관측하기 전까지 양자가 지닌 정보를 특정할 수 없다는 양자역학의 ‘중첩성’을 이용한다. 양자 컴퓨터의 비트(정보단위)를 뜻하는 ‘큐비트’는 중첩 때문에 0과 1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큐비트는 서로 연동될 수 있는데, 이 상태를 '얽힘'이라고 한다.
 
큐비트가 여러 개 모이면 동시에 막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기존의 비트로 00, 01, 10, 11의 네 값 중에 하나만 처리할 수 있다면, 2개의 큐비트로는 이 네 개를 동시에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는 수십에서 수백 페타바이트(PB·1PB는 104만8576기가바이트) 정도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50큐비트를 비트로 환산한 것과 비슷하다. 즉 50큐비트보다 높은 연산 속도를 가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의 시커모어 칩은 53개의 큐비트가 연결됐다. 큐비트 규모가 커질수록 양자 중첩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현재 원자를 이온으로 만든 뒤 자기장으로 가두는 이온 트랩 방식, 다이아몬드 격자 구조를 이용해 큐비트를 구현하는 다이아몬드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이용된다. 구글의 시커모어 칩은 영하 273.15℃의 극저온 상태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회로에서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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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구글은 자신들의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넘어서는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출처: 구글)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변화들
 
그럼 양자컴퓨터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현재 암호화 기술을 해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암호체계인 RSA 암호는 매우 큰 두 개의 소수를 곱한 값을 공개키로 사용한다. 현존하는 컴퓨터로는 빠른 시간 안에 이를 인수분해하는 알고리즘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 알고리즘이 양자컴퓨터에서 구현된다면 모든 암호가 뚫리며 국가 보안이나 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실제로 논문 발표 직후 양자컴퓨터에 의해 현재 암호 체계가 뚫릴 것이라는 우려로 암호화폐 기업의 주식과 거래가가 폭락했다. 물론 현재의 양자컴퓨터 기술로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전문가들도 양자 암호 기술은 하드웨어(컴퓨터) 기술보다 앞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암호화 기술보다 양자컴퓨터를 훨씬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화학과 재료과학 분야다. 물리와 화학의 세계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원자와 분자, 서로 간의 힘 등 다양한 방식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것을 빠른 속도로 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단한 물 분자 하나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서 현재 디지털 컴퓨터로는 1만6000비트가 필요하지만, 양자 컴퓨터로는 24개 큐비트만으로 가능하다. 다양한 방식의 단백질 접힘과 상호작용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약물 개발에도 양자컴퓨터가 큰 혁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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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복잡한 단백질 접힘을 연구하는 구조생물학 분야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출처: shutterstock)
 
 
양자컴퓨터는 가능한 많은 변수 조합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성을 찾는 각종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교통 체증으로 심각한 대도시에서 각 차량에 이상적인 경로를 선택해 교통 체증을 줄이는 데 양자 컴퓨터를 쓸 수 있다. 이를 확대해 전 세계의 모든 항공사 경로, 공항 일정, 날씨 데이터, 연료비용 및 승객 정보 등을 최적화해 가장 비용 효율적인 여행 및 물류 이동 경로를 얻을 수도 있다. 기존 컴퓨터로는 이를 계산하는 데 수천 년이 걸리지만, 양자 컴퓨터는 (이론적으로) 큐비트 수만 증가시키면 몇 분에서 몇 시간 이내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양자 우월성 도달을 라이트 형제의 비행 성공에 비유한다. 라이트 형제의 첫 번째 비행기는 단 12초밖에 날지 못했지만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구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구글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려면 큐비트를 추가하고 최적화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향후 수십 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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