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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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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표범, 보르네오 오랑우탄, 사올라, 양쯔강 돌고래, 자바 코뿔소...” 다정히 이름을 불러 봐도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를 동물의 이름이다. 이들의 근사한 뿔이나 매혹적인 무늬, 귀엽고 이색적인 외모를 탐욕의 대상으로 삼은 인간이 바로 멸종을 가속화한 원인임이 드러나 마음이 무거워진다.
 
2018년 초, 지구상 단 한 마리 생존하던 수컷 북부흰코뿔소가 사망해 (암컷 두 마리가 남았지만) 사실상 멸종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에 보도됐다. 이처럼 야생 포유류를 중심으로 한 생물 다양성 보존과 희귀종 및 멸종 위기종의 보호는 환경보호 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생태계에는 소수의 인기 동물만큼이나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아주 작다. 수명도 짧은 탓에 정 붙이기도 쉽지 않다. 포유류만큼이나 생김새가 멋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간신히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너무 흔해서 그 중요성을 잊기 쉬운 존재, 그러나 (생물학자 E. O. 윌슨에 따르면) “자연 세계를 움직이는” 작은 거인의 이름은 바로 ‘곤충’이다.
 
가능한 한 가장 평범한 곤충을 떠올려 보자. 촉촉한 흙이건 딱딱한 보도블록 틈새건 조금만 둘러보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을 법한 개미.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성가시게 달라붙는 이름 모를 날벌레. 밤새 시끄러울 정도로 구애 활동에 헌신하는 각종 풀벌레들. 한여름을 오싹하게 만드는 나방. 왠지 모르게 향수를 자극하는 이 모든 작은 존재들이 조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한 마디로,
 
“40년 전에 비해 곤충 양이 4분의 1로 줄었다.”
 
곤충의 절멸은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최근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에서 미국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학의 열대 생태학자 브래드 리스터(Brad Lister)는 1970년대와 2010년대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루킬리오 열대림의 동일 장소에서 포충망으로 포획한 곤충 및 거미의 마른 중량은 약 40년 새 4~8배 감소했고, 바닥의 끈끈이로 포획한 경우 30~60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우리 주변의 작은 친구들에 무심했듯, 루킬리오 숲에서 그저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달라진 점을 잘 몰랐을 것이라고 리스터는 말한다. 열대림의 풍경은 언뜻 보면 전과 같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의 시각에서 이 열대림에는 이미 곤충의 감소와 더불어 급격한 쇠퇴가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가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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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수많은 곤충 종들이 점점 멸절하고 있고 그 속도도 빠르다. 곤충의 멸종은 생태계의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 (출처: shutterstock)
 
그의 관찰에 따르면 도마뱀, 새, 개구리 같은 곤충 포식자의 수도 곤충 수에 평행선을 그리며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 예컨대 씨앗과 과일을 먹는 불그레한메추라기비둘기(Ruddy Quail Dove)의 경우 개체 수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반면, 곤충만 먹고 사는 벌잡이부채새(Puerto Rican Tody)의 수는 무려 90%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즉 먹이사슬의 하층부가 급감함에 따라 연쇄 작용으로 상층부에서 영양 결핍 현상이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산림 식량 그물이 붕괴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리스터의 연구 결과를 들은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지의 많은 무척추동물 연구자들이 그에게 동감을 표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닥친 위기의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힘들게 한다.
 
1930년대부터 농약이나 서식지 손실로부터 철저히 보호된 이 자연림에서 이러한 붕괴 현상이 나타난 데에 리스터는 기후변화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40년 동안 루킬리오 열대림의 평균최고기온은 약 2.0℃ 상승했다.
 
곤충이 있어야 모든 생명이 산다
 
곤충이 사라진 세계를 그리는 시나리오는 무엇이 됐든 비극적이다. 과학자들은 아마겟돈, 지구 종말, 악취와 침묵 같은 단어들을 말한다. 끔찍한 상상은 곤충이 하는 일을 살펴보면 더욱 실감 난다.
 
곤충은 기본적으로 분해에 필수적이다. 즉, 영양분을 순환시키고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며 식물을 성장시켜 생태계가 지속할 수 있게 만든다. 앞으로 곤충산업의 전망이 좋다는 말이 무색하게, 곤충은 이미 여러 산업에 걸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령 수십억 종의 벌레들은 매년 식량 작물의 4분의 3에 꽃가루를 나르는데 이는 금전적으로 500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뿐 아니라 한때 호주에서는 소를 들여온 후로 소 배설물을 분해할 딱정벌레를 수입해 방출하기까지 악취에 시달렸어야 했는데, 이것은 따져보면 1년에 약 4000억 원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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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자연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들이 제각기 생존하고 번식함으로써 풍부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곤충에 의존해 사는 우리는 그들 없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누군가 말했든 곤충이 멸절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위태로운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코뿔소가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배는 반면 나방은 종에 따라 수천 개의 알을 품는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곤충의 엄청난 번식력이 자연의 탄력성이 발휘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태계를 지탱하는 평범한 이들의 번식을 방해하지 않는 것, 그들의 공간을 빼앗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다른 한 가지 임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 늘 귀 기울이며 변화를 감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훈련을 받고 나비의 활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간의 포괄적 데이터를 구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잒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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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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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구가 증가할수록 그 주위가 피해를 감수해야하는데 그게 바로 자연인거죠
학교에서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교과서를 널리 퍼트렸으면 좋겠네요

20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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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풍
  • 평점  

침묵의 봄이 생각나는 기사네요. 농약등의 피해로 인한 건 어느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쳐도, 기후변화는 너무나도 거대하게 다가와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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