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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 합성법의 두 얼굴 [제 860 호/2009-01-07]
미국 맨하탄프로젝트의 수장이었음에도 원폭 투하 후 참회의 인생을 살았다는 오펜하이머, 그와 함께 맨하탄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세계 물리학계의 거장 닐스 보어의 이야기를 들으면 과학은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야누스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 후 인구 증가에 의한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 동시에 제1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을 위해 독가스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 프리츠 하버 또한 그러했다.

19세기 유럽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자연스레 유럽에 기존 농업 방식으로는 해결하지 못한 식량문제를 야기했다. 땅속의 질소 화합물은 식물이 자라는 데 필수요소인데, 식량이 더 필요할수록 자연스레 질소 화합물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그 시기 이를 대신할 질소화합물은 칠레산 초석이었으나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고 그나마도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과학자들은 산화질소라는 화합물을 만들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번개가 칠 때 우연히 산화질소(NO)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즉, 전기를 이용하면 질소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필요한 전기 스파크 온도가 2,000도~3,000도의 고온이었기에 현실성이 없었다.

이때 과학자들은 공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질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방법을 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해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대부분 개발한다 해도 경제성이 없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질화 칼슘과 수소를 고온에서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해 내는 방법이 연구 중이었지만 투입되는 양에 비해 생산량이 너무 적어 이 또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905년 하버가 1,000도에서 철을 촉매로 사용해 질소와 수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었다. 처음에 하버도 산화질소를 만드는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앞서 말했듯 현실성이 없어서 암모니아를 만드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하버는 암모니아를 만들 때 높은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는 ‘르 샤틀리에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어떤 반응이 진행된 후 평형상태에 도달하면 더 이상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데 이 평형상태에서 어떤 교란 요소를 가미하면 그 교란 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압력이 증가하면 반응은 압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이때 질소와 수소가 차지하는 부피가 암모니아가 점유하는 부피보다 2배가 더 크다. 그러므로 반응은 부피를 줄여서 압력을 줄이는 방향 즉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방향으로 일어나게 된다. 즉 높은 압력을 가해서 암모니아의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하버가 생각해 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부단한 연구 끝에 촉매를 오스뮴 가루로 바꿔 1,000도에서 500도로 생성 온도를 낮춰 암모니아를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하버는 경제성과 현실성 있는 암모니아 합성법을 완성시켰다.

이에 힘입어 하버는 한 비료회사와 합작해서 하루 20t 이상의 암모니아를 생산하기에 이르렀고 그에게는 인간의 식량난을 해소한 위대한 과학자라는 칭호도 따라 붙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18년에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물론 그에게는 부도 따랐다. 엄청난 기술료를 비료회사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암모니아 합성법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무기 개발에 활용된 것이다. 핵이 원래는 인류를 위해서였지만 핵폭탄으로 인간에게 해를 주듯 암모니아 합성법도 그러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길어지자 독일은 탄약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이 부족하게 되었다. 이때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을 활용해 대량의 질산을 생산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전쟁이 나자 하버는 전쟁을 지원하는 화학부서의 책임을 맡아 무기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부서에는 TNT 원료와 고성능 수류탄 연구, 탄약의 원료인 질산염 연구 등 다방면에 걸친 연구가 진행되었다. 말 그대로 살상용 무기를 만드는 과학자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즉,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암모니아 합성법이 오히려 인간에게 해를 주는 살생용 무기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염소를 이용해 독가스를 개발했는데 그에게 ‘독가스의 아버지’라는 오명은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독가스 사용은 고착 상태에 빠진 전쟁을 전환하려는 수단으로 독일이 생각해 낸 악수였다. 물론 이 독가스 개발에도 하버의 능력과 조직이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염소는 독성이 강한데다 널리 퍼뜨릴 수 있고 영하 32도가 되어야 액체로 변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투입이 가능한 강력한 무기다. 이후 하버의 연구진은 포스겐과 비소, 청산을 함유한 유기화합물을 독가스로 활용했는데 이는 염소보다 독성이 훨씬 강했다.

이러한 독가스로 인해 연합군 병사들은 무수히 죽어갔고 전쟁의 향방은 독일의 승리로 매듭짓는 듯했다. 그러나 독일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연합군 측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독가스와 보호 마스크를 개발하여 전투에 임했기 때문이다. 결국 독가스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큰 피해를 가져다주었다.

암모니아 합성법이 두 얼굴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개발자인 프리츠 하버 또한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원래 유대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독일인보다 더 독일인답고 싶어 했다.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출세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기독교도가 되었고 독일 국민임을 스스로 자부하며 살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그의 아내는 자살을 했고 향후에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독일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독가스의 아버지’ 답게 향후 전범자 명단에 올라 숨어다니기까지 했다.

결국 그는 스위스의 어느 초라한 호텔방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엄청난 부와 명성, 명예를 얻은 과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프리츠 하버의 말로는 초라했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 하버는 전범으로 이름이 올랐고, 인류의 기아를 해결한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공은 전쟁이라는 그늘에 묻혀버렸다. 두 얼굴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의 일생은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글 : 임성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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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모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잘읽었습니다.
2010-01-26
 
 
서미애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유대인 이지만 그 누구보다 더 독일인으로 살고 싶어했던 그 이기에 이러한 결말이 있지않나 싶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과연 인간답게 살아가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묻고 싶군요, 현대인들은 과연 자기자신만의 정체선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를...우선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하겠지만...
2010-01-20
 
 
이태욱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과학의 양면성...정말 잘 보여주는 한 대목이군요.
2010-01-20
 
 
한결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단백질의 체내 대사 물질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식물의 생장에 도움을 주게 되었군요 생성법은 참 놀랐습니다.
2010-01-18
 
 
유승민 서포터 평점별점 넷   답변   |  수정   |  삭제
과학에는 인격이 없지만, 결국, 신에 의해서는 평가를 받는 것인가요? 조금 과한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2009-04-04
 
 
권순직 서포터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비료와 무기, 가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다니 암모니아 합성법 처럼, 과학자의 이중성도 대단히 놀랍네요. 유대인이었으면서 철저한 독일인이 되려 했다니...
2009-04-03
 
 
이미란 서포터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전쟁으로 수 많은 생화학 무기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유대인이면서 독일인으로 살게된 하버의 삶이 안타깝네요. 우리나라도 일제시대때 같은 민족이면서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들이 많지요.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삶에 이롭기만 한것은 아니네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무섭고 끔찍한것 같아요.
2009-03-31
 
 
미터오 평점별점 넷   답변   |  수정   |  삭제
리 샤틀리에의 법칙 잘 알 수 있었어요^^ 역시 과학은 양면적인 부분이 많죠,
2009-01-25
 
 
박대준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하버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09-01-10
 
 
권현수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삭제
맨하튼프로젝트... 고2 물리시간에 배운 걸 여기서 다시 보니 색다르네요 ㅎㅎ 암튼.. 과학의 양면성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다니... 플러스마이너스.... 어려운 문제인 거 같아요 ^^ 글 잘 읽었습니다 ^^
2009-01-08
 
 
crazyshark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1-08
 
 
박대준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하버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하버가 이러한 일에 빠질 수 밖에 없도록 내몬 것 같아요.
2009-01-08
 
 
ds2ezt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양면의 모습이 우리의일상생활에 허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에도 맞찬가지죠. 인성이 올바르고 삶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비로서 모든 것들을 선을 위해 쓰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009-01-08
 
 
이 강학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년도 표기가 1895년이 아닌가요? 오타인 것 같은데....
2009-01-08
 
 
ngan7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1891년에 유기화학 분야의 논문으로 박사학위취득 그리고 1895년 칼스루에 공과대학에 연구원으로노벨 화학상 수상한 프리츠 하버.... 그는 빌헬름 연구소에서 연구책임자로 1911년~1933년까지 22년간 종사했으며 그 이듬해인 1934년도에 생을 마친것으로 하버가 철을 촉매로 한 질소와 수소로 부터의 암모니아 합성의 성공년도가 1995년도라 했는데 년대기록이 오타로 추정되며 1919년도에 합성성공한것으로 알고있음...

식물들의 생장과 생장유지에 필요한 질소, 수소, 및 암모니아등의 이용은 비단 식물군들에게만이 필요한것이 아니고 사람을 비롯해서 동물들에게도 필요한 요소로서 이용되고있는 필수적인 생의 물질인 반면에 오늘날 이에 수반한 반사적인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현상들로 선과 악이라는 두개의 정서를 지닌 물질로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인체의 암 발생원인의 중요한 연구과제의 대상물로 여기에 대한 연구과제는 암을 정복 할 수 있는 단초가 되리라 확신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장하는 바 " 암은 질병이 아니라 단백질에서 분해 2차 생성된 질소, 암모니아로서 [Nitrogen cycle]질소순환계에 의한 노화이다 " 라고 정의를 내리며 [이하생략]저희는 이점에 대하여 집중적인 주시를 하고 있습니다....
2009-01-08
 
 
김태우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1905년 아닌가요? In 1905 he had published his book on the thermodynamics of technical gas reactions, in which he recorded the production of small amounts of ammonia from N2 and H2 at a temperature of 1000° C with the help of iron as a catalyst
2009-01-08
 
 
뭔가...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잘 읽었는데 ... 연도가 뭔가 잘 못 된듯한... 1995년??? 2차대전에 활약한 화학자인데... 1995년에 암모니아 합성법을?????
2009-01-08
 
 
뭔가...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잘 읽었는데 ... 연도가 뭔가 잘 못 된듯한... 1995년??? 2차대전에 활약한 화학자인데... 1995년에 암모니아 합성법을?????
2009-01-08
 
 
Jay-D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글내용으로봐선 20세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1995년에 암모니아 합성 성공했다는건 오타인가요?
2009-01-08
 
 
김세현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윤리적인면을 다루는건 정말 까다롭죠
2009-01-07
 
 
Memento 평점별점 다섯   답변   |  수정   |  삭제
노벨상 수상자의 두얼굴, 과학과 윤리의 문제를 아우르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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